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사진=이한듬 기자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영풍의 경영 능력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영풍 충당부채는 3743억원으로 2024년 말보다 45% 늘었다. 반출충당부채 2250억원, 토지정화충당부채 1185억원, 지하수정화충당부채 149억원 등 대부분 석포제련소 환경오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오염 정화에 쓰일 가능성이 높은 비용을 부채로 미리 잡아둔 금액이다.

석포제련소 환경 오염 문제는 경영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석포제련소는 폐수 무단 배출 등으로 당국에서 행정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2월26일부터 4월24일까지 조업정지 58일 처분을 이행하면서 연간 가동률이 45.9%로 떨어졌다. 영풍 사업보고서를 보면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2022년 81.32% ▲2023년 80.04% ▲2024년 52.05% ▲2025년 45.9%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조1927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이 2777억원을 내며 전년(884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1년부터 5년 연속으로 별도기준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도 지난해 매출 2조9090억원, 영업손실 2597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제련부문 매출은 1조1493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손실은 2656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44년 연속 흑자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란 평가다.

실적 악화는 고려아연 주총 표대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발표한 고려아연 의안분석보고서에서 "최근 3년간 회사와 영풍의 경영성과를 비교해 보면 회사는 매출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는 반면 영풍은 매출 감소 및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경영 전략의 연속성과 전략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실행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려아연 노조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점도 문제다. 고려아연 노조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투기자본의 검은 손길이 우리의 신성한 일터를 더럽히지 못하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회사가 유린당한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장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공언했다.

25일 영풍 정기주총을 앞두고는 영풍 주주인 KZ정밀이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ESG위원회의 이사회 내 위원회 격상, 현물배당 근거 신설 등을 주주제안했지만 영풍 측은 "영풍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인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상법 개정 흐름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풍이 다른 기업의 거버넌스를 문제 삼기 전 자사 회계 투명성과 내부통제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