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이 다가오면서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8077건으로 전날(7만6872건)보다 1205건 증가했다. 매물 규모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사진=뉴스1
#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신축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최근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늘었고 향후 '비거주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 인상도 예상되며 실거주를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세입자는 "자녀의 초등학교 졸업까지 이사가 곤란한 상황이어서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도 내겠다"며 사정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오는 5월10일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고 이에 앞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인상마저 현실화되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의 세금도 무겁게 할 것이란 예고에 집주인이 임대주택에 실거주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1%포인트 오른 0.13%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누적 기준으로 1.3% 상승했다. 전세 7억원 아파트의 보증금이 두 달 반 만에 10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다주택자의 매도 행렬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주택 보유를 선택한 임대인은 세금 납부를 위해 전셋값을 올리거나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도 빨라졌다. 올해 보유세 상승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8.67% 올랐다. 강남3구(24.7%), 한강변 8개구(23.13%) 등 핵심지의 공시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69%로 동결했음에도 실거래가가 상승한 영향이 반영됐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해 집값 상승률은 8.98%로 2006년(23.46%)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공시가격이 뛰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서울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를 보유한 2주택자의 올해 보유세 부담은 4284만여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34.58% 오른 셈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 8만건 돌파…전·월세 감소에 재계약 늘어
부동산 세금 부담의 증가로 서울 아파트 매물은 늘어난 한편 전·월세 매물은 반대로 줄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80건으로 5일 만에 5.4%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건을 넘긴 것은 지난해 6월8일(8만318건)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로 전·월세 신규 계약이 줄면서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갱신계약 비중은 48.2%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41.2%)보다 7.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3월의 갱신계약 비중은 51.8%로 신규 계약(48.2%)을 앞질렀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난해 10월 41.93%, 11월 39.84% 수준이던 갱신 비중은 12월 43.22%로 상승하고 올 1월 45.9%, 2월 49.0%로, 3월 들어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평균 43.2%였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들어 47.9%로 상승했다. 신규 전·월세 계약에서 월세(반전세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7.5%에서 올해 52.5%로 확대됐다.

세 부담이 커지면서 임대 방식을 바꾸는 사례도 나타났다. 마포구 아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마포에 주택 두 채를 보유한 타지역 거주자가 기존에 각각 월세를 받다가 최근 들어 전세나 반전세로 전환했다"며 "보증금으로 목돈을 마련한 뒤 세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금 압박에 임차인을 향한 조세 전가 현상을 우려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 관리 비용이 늘고 세입자에게 조세 전가가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를 지킬 수 있는 세심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