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이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까지 이어지는 금융권 장밋빛 시나리오가 쓰여지고 있다. 하지만 두 자금의 성격이 다르고 지수 편입 시 부작용까지 고려하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와 WTI 국제유가 지수가 나오는 모습. /사진=뉴스1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며 금융시장에서는 최대 수십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이를 '금융 선진국 진입'의 신호로 해석하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자금의 성격과 실제 수급 구조를 따져야 해 섣불리 '장밋빛 낙관론'을 펼치는 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일 WGBI 편입 절차에 돌입했다. WGBI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발표하는 글로벌 국채 지수로 주요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한다. WGBI 편입은 국채시장의 신뢰도가 그만큼 제고됐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25개 나라의 국채가 편입돼 있으며 한국의 예상 편입 비중은 2.08~2.20% 수준이다. 전세계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지수 편입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약 8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WGBI 편입으로 전세계 대형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글로벌 투자 기관들의 투자자금이 정해진 비중만큼 자동으로 한국 국채에 투자하게 됐다. 증권가에선 70조~100조원 규모의 지수 추종(패시브)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WGBI 편입으로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 장단기 금리 모두 다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패시브 투자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면 원화는 지금보다 강세를 보이고 외환시장 대외 신인도가 상승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자금은 단기간이 아닌 수개월에 걸쳐 분산 유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연기금과 중앙은행 등 장기투자 성격이 강해 유입 이후에도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자금은 한 번 들어오면 오래 머무는 성격으로 시장 안정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과 주식시장 성격 달라"…동일선상 비교 어려워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주식시장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서 나온다. 시장에선 WGBI 편입이 MSCI DM 지수 편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채권·외환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소 해소된 만큼 저평가된 한국 주식시장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자금의 성격 차이를 무시하긴 어렵다. MSCI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주식 자금은 약 10조달러 이상으로 채권보다 규모가 크다. 해당 자금은 WGBI와 달리 상장지수펀드(ETF)와 헤지펀드 비중이 높아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유출입이 반복된다. 실제 리밸런싱 시기엔 단기적으로 최대 수조원 규모의 자금 이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수급 구조가 달라 채권과 주식시장을 동일한 평가대상으로 두고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WGBI 편입은 신뢰 개선의 신호로 볼 수 있지만 MSCI DM 편입의 보증수표로 해석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말 그대로 국채지수와 주식시장의 분류체계가 달라 동일한 논리로 기준을 세울 순 없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본질적으로 WGBI 편입은 단순한 패시브 자금 유입을 넘어 한국 채권시장이 '레벨업'을 했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정책당국은 MSCI DM '편입 성공'보단 편입 이후 외국인 자금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만드는 데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논평을 통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MSCI DM 편입을 위한 로드맵을 두고 "굳이 학점을 매긴다면 A+에 가까운 완벽한 계획"이라면서도 "MSCI 혼자 DM 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이해관계자인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시장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주요 플레이어인 미국, 영국, 싱가폴, 홍콩 등에서 경영진과의 1:1 개별미팅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더 나아가 금융당국, 거래소, 법무부 등 핵심 간부들이 열린 자세로 국제투자자를 만나 이들의 피드백을 꾸준히 경청하는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순유입 규모 추측 엇갈려
MSCI DM 편입이 곧바로 대규모 순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한국이 편입된 MSCI 신흥국(EM) 지수에서 이탈되는 패시브 자금 규모가 오히려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증시가 글로벌 대비 강세를 보이며 지난해 12월 말 기준 MSCI EM 지수 내 한국 비중은 13.32%까지 확대됐다. 만약 한국이 DM 지수에 편입될 경우 시장에선 지수 내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2% 안팎으로 보고 있다. 2022년 자본시장연구원은 2.4%,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은 1.1%로 각각 추산했다.

MSCI 주식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운용자산(AUM)은 현재 18조3000억달러 규모 수준이다. 이 중 DM 지수 추종 자금 규모가 EM 자금의 최대 약 6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처럼 DM 지수 추종 자금이 EM 지수의 6배라고 가정한다면 한국이 DM 지수 편입 시 최소 2%대 이상의 비중을 확보해야 순유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MSCI DM 지수에 편입되려면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머물러야 해서 시간이 다소 많이 소요된다"며 "현재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DM 지수 편입이 무조건적인 순유입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이클 해리스 뉴욕증권거래소 부회장과 접견하고 있는 모습. /사진=총리실
다만 올해 들어 정부의 로드맵 발표와 더불어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이클 해리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부회장은 지난달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나 정부의 로드맵에 대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 지표가 주요국 수준으로 상승하는 건 이미 성과가 가시화되는 것"이라며 "한미 자본시장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협력과 향후 김 총리의 거래소 방문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EM 지수에서 편출될 때 예상되는 유출액은 2720억달러, DM 지수 편입 시 예상 유입액은 276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40억달러가 순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수 편입에 따른 자금 유출·입이 비슷한 규모로 예상된다"면서도 "편입 시점에 한국 시가총액 비중이 더 높아진다면 지수 내 비중이 커지며 순유입 규모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도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환시장 선진화 정책은 WGBI 편입에 이어 향후 MSCI DM 지수 편입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다"며 "DM 지수 편입은 곧 원화 주식 자산에 대한 평가나 신뢰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