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쉘베이스에서 운영하는 윤활기유 생산 공정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총공격을 선언한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역시 함께 흔들리고 있다. 원유 수급난 속 정부 비상경제 대응방안에도 협조해왔던 정유업계의 경우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단 우려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실시한 연설에서 "(이란에 대해) 향후 2~3주 동안 맹렬한 타격을 가해 그들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며 "이 기간 어떤 합의도 도출되지 않는다면 적들의 모든 발전소를 하나도 빠짐없이 매우 강력하게 동시다발적으로 타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선 국가별로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연료를 구할 수 없는 국가들, 그중 이란의 우두머리를 제거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던 국가들이 뒤늦게 용기를 내 해협을 장악하고 보호하라"고 했다. 한국을 포함한 40여 개국이 해협 재개방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실제 연합 구성과 작전 실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책임을 피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이란도 미국 공세에 물러서지 않겠단 입장이다. 이란 유력 지도부 중 한 명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국적으로 강력한 국민 캠페인이 확산해 이미 약 700만명이 무장 의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나라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공급 체계는 물론 이와 밀접한 관계에 놓인 정유업계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미 국내 정유업체는 미국의 이란 공습이 본격화된 후 손실 우려에도 정부의 에너지 관련 협조 요청에 응하며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와서다.

대표적으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 상한선을 제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손실 부담이 큰 상태다. 지난달 13일부터 시행된 최고가격제의 경우 석유제품 공급가 마지노선이 정해져 국제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지난 2일 기준 국제 휘발윳값(92RON)은 배럴당 144.48달러로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기 이전(79.64달러)보다 약 81% 급등했다. 경유 가격(황함량 0.001%)도 배럴당 292.8달러로 약 215% 급등했다.

반면 3일 오후 2시30분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929.79원, 경유 가격은 1921.14원으로 양국 간 갈등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월 넷째주 대비 상승 폭이 비교적 낮다. 2월 넷째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691.3원, 경유 판매가격은 1594.1원이었다.

정부는 정유사를 대상으로 손실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효과 여부는 미지수다. 정산은 손실 보전·정유사의 입증 책임·분기별 정산 등의 원칙에 의해 사후 정산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 중인 나프타 긴급 조정 조치도 고충이다. 국내 정유업체는 5개월 동안 나프타 수출을 전면 제한받는다. 나프타 수급난을 겪는 석유화학업계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결정이지만 수출로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정유사의 수익 창출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계속된 악재 속 1분기 재고평가이익이 오르는 점도 우려된다. 중동발 고유가 영향으로 기존에 사뒀던 원유 가치가 오르면 재고평가이익은 물론 영업이익까지 덩달아 상승하게 되는데 '국민 부담 속 정유사 이익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으로 횡재세가 부과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국회와 정부도 정유사 폭리 대응 차원에서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14.6달러일 정도로 전쟁 기간 국제유가가 크게 올라 1분기 재고평가이익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당시 고가에 샀던 원유는 재고평가손실로 전환될 수 있어 1분기의 단기 실적만 보고 횡재세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