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고로 주상에서 한 직원이 15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며 쇳물 출선작업(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조강생산량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동반 하락했다.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생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양상이다.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철강 산업이 양적 성장 시대를 뒤로하고 생존을 위한 '감산 경영'과 '산업 재편'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양사의 합산 조강생산량은 2023년 5889만3000톤에서 2024년 5737만5000톤, 2025년 5632만5000톤으로 매년 하락했다. 3년 사이에만 총 256만8000톤의 생산량이 줄었다.

포스코는 2021년 4296만4000톤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우하향 곡선이 뚜렷하다. 2022년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며 3792만8000톤까지 급감했던 생산량은 2023년 설비 복구와 함께 3994만1000톤으로 반등했으나 2024년 3928만1000톤, 2025년 3864만3000톤으로 다시 줄었다.


현대제철도 조강생산량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1958만3000톤을 기록한 이후 2025년에는 1768만2000톤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생산 하락의 근본 원인은 국내 내수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다. 한국신용평가가 분석한 2025년 국내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9.2% 감소한 약 4340만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0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산 철강재의 밀어내기 수출이 국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은 자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발생한 잉여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고 있다. 2024년 연간 1억1000만톤의 철강을 수출한 데 이어 2025년에도 증가세를 유지하며 역내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감산 기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침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과잉 물량이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실정이다.


수출 환경 역시 악화일로다. 미국은 2025년 6월 철강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했으며 이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월간 20만톤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다. 특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강관 및 컬러강판 업계는 고수익 품목인 에너지용 제품의 수출 부진으로 수익성이 급감했다.

2026년부터 유럽 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 예정돼 있어 고부가 제품의 대체 시장 확보에도 상당한 제약이 예상된다. 인도는 수입 할당량을 최대 15% 감축하는 세이프가드를 강화하고 있으며 멕시코 역시 전략 분야 품목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세우는 등 무역 장벽은 전 방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재무 관점에서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극심한 수요 부진 속에서 높아진 전기요금과 ESG 규제 강화,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마진 축소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저탄소 공정 전환을 위한 대규모 자금 소요가 지속되면서 업계 전반의 재무 구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들은 국내 설비 조정과 해외 생산 기지 확장을 통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 JSW그룹과 합작해 인도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고성장 시장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270만톤급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 투자를 확정하며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국내에서는 저수익·비효율 설비를 과감히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방 산업의 L자형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철강산업 특별법 등 제도적 지원과 함께 업체별로 자율적인 설비 조정과 가치사슬 고도화를 이뤄내야 이 가혹한 불황기를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