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2만3996대로 전년 동월 대비 97.2% 증가했다. 미국도 동일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오토는 미국 3월 전기차 판매량도 전월 대비 21.5% 늘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 건 중동 전쟁으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한 영향이 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중동 내 에너지 인프라들이 공격받으며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국내 휘발윳값도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2000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유류비 부담 확대가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윳값은 2001.54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휘발윳값도 1966.91원까지 올랐다.
국내 배터리셀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는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딜러샵이나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서 전기차 검색량과 판매량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는 건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전쟁이란 특수 상황에 따른 일시적 수요 증가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배터리셀 3사는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중국발 저가 배터리 공세에 수익성이 악화됐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에너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고 로봇용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배터리셀 3사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대폭 축소하긴 어려웠다. 시장 규모 면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다른 제품들보다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용 배터리(1187GWh) 시장 규모가 ESS 배터리(550GWh)보다 두 배 이상 크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엔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사양 배터리가 쓰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 에너지·기술 전문 연구 기관 블룸버그NEF는 kWh당 전기차용 배터리 팩을 99달러로, ESS용 배터리 팩을 70달러로 집계했다.
중동 전쟁이 종전되더라도 유가가 정상화되는 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전기차 수요 상승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주요 산유국들은 현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전쟁 이전의 40% 수준으로 낮춘 상태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4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손된 생산·정제·운송 인프라 복구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과정까지 고려하면 종전 이후에도 고유가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내려가면 전기차 수요도 다시 둔화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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