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한국 정부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F-16 전투기 구매 흥정을 하며 '항공기 설계 기술 지원'을 조건으로 달았다. "훈련기 정도는 만들 수 있어야 F-16 조종사를 계속 키워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F-18을 만든 보잉과 판매 경쟁을 하던 록히드마틴이 거절하기 힘든 '옵션'이었다.
F-16 40대 구매 계약이 이뤄졌고 한국의 항공 기술자들이 1993년에 록히드마틴이 있는 포트워스로 갔다. 그들은 자신들을 '재미 황매팀'으로 명명했다. '황금빛 수리'를 만들기 위해 미국에 온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 황매를 영어로 '골든 이글'로 표현했다. 재미 황매팀에 앞서 해외에서 항공기 설계 기술을 배우던 팀이 있었다. 한국이 영국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의 호크(Hawk)기를 구매하며 기술 이전 약속을 받아내 1992년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진과 삼성항공 등 민간 기업 엔지니어들이 영국에 파견됐다. 이 기술 습득 계획의 이름이 '황매 프로젝트'였다. 여기에 속했던 기술진 중 상당수가 미국의 '골든 이글'에 합류했다. 김 원장이 영국에 체류하다가 미국 포트워스로 간 기술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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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이글'팀 T-50 개발이 원천━
록히드마틴은 한국 연구진과 엔지니어들을 본사 공장에 들이지 않았다. 그곳에서 약 5㎞ 떨어진 곳에 조립식 건물을 지어 연구 공간으로 쓰게 했다. 김 원장은 "그들 입장에서는 주요 기술을 가르쳐주길 극도로 꺼릴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그들과 친해지려고 애를 써야 했다"고 말했다. 그때 포트워스에 이일우(65)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무도 있었다. 공기 역학 전공자인 그는 KF-21 개발에서 수석설계자 역할을 맡았다. 앞서 T-50 개발에도 설계자로 기여했다. 이 전무는 "1993년부터 95년까지 3년간 포트워스에 머문 한국 기술진이 총 88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T-50, FA-50과 KF-21 개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과 이 전무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을 KF-21 탄생의 공로자로 꼽았다. 첫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기술 이전 약속을 받아낸 덕분에 한국이 T-50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T-50이 없었으면 KF-21은 죽었다 깨어나도 만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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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깜짝 선언과 박근혜 결심━
둘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 전 대통령은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한다"고 선언했다. 5개월 뒤 김동신 당시 국방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뜻에 따라 공군본부에 전투기 개발 마스터 플랜 작성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기술적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발표였다. IMF 사태(외환 위기)로 의기소침해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겠다는 뜻이 담겼던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후 '최신예 국산 전투기' 개발은 숱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권이 바뀐 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사업 타당성 부족' 판정을 내렸다. 이 전무는 "반대 논리는 크게 세 갈래였다. 한국은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기술이 부족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전투기를 만들 수 없고, 전투기 수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
"엔지니어 귀한 현실이 걱정"━
이 전무는 KF-21 개발 타당성이 논란이 될 때마다 "반드시 증명해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그랜저를 만들었는데 제네시스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그랜저는 T-50이고, 제네시스는 KF-21이다. 김 원장과 이 전무는 소년 시절 항공기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다고 했다. 나라에 항공기 제작 기술이 전무했고, 기초적인 정비 기술만 있던 때였다. 두 사람처럼 도전 정신을 가진 청년들과 미래를 개척하는 국가적 리더십이 있었다. KF-21을 만든 힘이다. 이 전무는 미래를 염려했다. "젊은이들이 점점 어려운 일을 꺼려서 걱정"이라고 했다. 김 원장도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 경남 진주와 사천의 생활 인프라와 교육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야 후진들이 잘 육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시에 따르면 2027년까지 필요한 우주항공 분야 인력 중 실제 공급 가능한 규모가 55% 수준이다. 인구 감소, 공학 전공 인기 하락, 엔지니어의 지방 근무 회피가 주요 원인이다. 항공 산업 육성에 대한 정치권의 말은 무성했으나 실질적 진전은 별로 없었다. 진주와 사천 지역 교통망 확충, 교육 인프라 구축, 주거 지원 등의 계획을 담은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은 2년 넘게 국회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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