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번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온 이란의 전략을 흔들고 '돈줄'을 차단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란 원유의 80~90%를 수입하는 중국을 노린 측면도 있다. 관건은 미국의 역봉쇄로 이란의 봉쇄를 실제로 풀어낼 수 있느냐다. 자칫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만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등 애초 전쟁과 무관한 국가들만 새우등 터질 지경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 LNG의 비중동권 현물시장 긴급 조달, 에너지 수입선의 장기적인 다변화 등 중단기 대책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다시한번 상기할 점은 호르무즈 해협이 유엔해양법협약에서 명시한 '항행의 자유' 원칙에 따라 모든 국가의 선박과 항공기가 타국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는 공해라는 사실이다. 항행의 자유는 국제 해상물류와 안보의 핵심 원칙이다. 항행의 자유 침해는 글로벌 공급망과 한국 경제를 저해하는 요소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도 더이상 수동적인 자세로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통항 재개를 위해 국제 사회에서 좀더 분명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국제법적 권리인 '항행의 자유'를 바탕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문제에서 한국이 맡을 구체적인 역할도 고민할 때가 됐다. 민간선박 항해를 가로막는 기뢰를 탐색·제거하는 소해함이나 소해 헬기의 호르무즈 또는 인근 해역 파견, 해협을 빠져나오는 우리 선박에 대한 호위 임무 등 우리 역량에 걸맞은 비전투 역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외교적 부담이 큰 사안이지만 걸프협력이사회(GC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한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과의 미래 전략 협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이러한 적극적 역할을 통해 호르무즈 봉쇄 해결 과정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쟁을 시작한 주체가 문제를 해결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여기에 걸린 한국의 국가적 이익이 너무도 크다. 국익은 기다린다고 지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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