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 영국의 전설적 록 밴드 '퀸'의 천재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평생 조로아스터교 신자였다. 머큐리의 본명은 파로크 불사라. 그는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인도 서부에서 조로아스터교를 믿던 페르시아(현 이란)인 공동체 출신이다.
짜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조로아스터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일신 종교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도 영향을 줬다. 불을 신성시해 '배화교'로도 알려진 조로아스터교는 선한 빛의 신 '아후라 마즈다'를 숭배한다. 세상을 유일신 아후라 마즈다와 악마 '앙그라 마이뉴'의 끝없는 대립으로 본다.

퀸이 남긴 불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엔 '비스밀라'(Bismillah)와 '벨제붑'(Beelzebub)이란 표현이 나온다. 비스밀라는 이슬람교 경전 코란의 각 장을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구절로, '신의 이름으로'란 뜻이다. 벨제붑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악마로, 신약성경엔 '바알세불'로 등장한다. 조로아스터교 세계관의 선악 대립이 노래에 표현된 셈이다.


머큐리의 생애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에서 극중 머큐리의 부친은 그에게 '선한 생각, 선한 말, 선한 행동'을 강조한다. 선한 신을 모시는 조로아스터교의 핵심 가르침이다. 1991년 머큐리의 장례식은 전통적인 조로아스터교 방식으로 치러졌다. 런던에서 조로아스터교 사제들이 고대 이란 언어인 아베스타어로 기도를 올리며 머큐리를 떠나보냈다.

#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기간을 연장했다. 당초 기한은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전,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2일 저녁이었다. 양국의 담판 결과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지, 봉쇄가 길어질지 결정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운명이 달렸다.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이 재현될지 모른다.


인류를 도탄으로 몰고가는 호르무즈의 어원이 조로아스터교의 선신(善神) 아후라 마즈다란 사실은 아이러니다. 아후라 마즈다는 중세 페르시아어(팔라비어)에서 '오르마즈드'로 변했고, 아랍어를 거치며 오늘날 호르무즈가 됐다.

조로아스터교의 세례를 받아 유대교 신앙을 완성한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킨 탓에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는 사실도 묘하다. 기원전 6세기 유대인들을 바빌론에서 해방시켜준 게 페르시아 제국인데, 그 후예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오늘날 앙숙이 돼 전쟁이 벌이는 현실도 얄궂긴 마찬가지다.

#3. "트럼프에게 군 통수권을 맡기는 건 어린아이에게 장전된 총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쓰던 캐치프레이즈다. 약 10년이 지난 현재,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섣부른 결단 탓에 후르무즈 해협이 막혔고, 피해는 전 세계가 짊어졌다. 전쟁으로 이란에서만 2만명 넘게 죽거나 다쳤다. 미국 입장에서도 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약 40조원 어치의 무기가 소모됐다.

미국 대통령은 마음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멋대로 지속할 순 없다. 적어도 법적으론 그렇다. 미국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의회의 승인이 없을 경우 '교전'은 90일 내 끝내야 한다. 원칙적으로 60일이고, 철수를 위해 30일 연장할 수 있다. 이란 전쟁이 2월28일 시작됐으니 단순 계산하면 5월말까지, 휴전기간을 제외해도 6월까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을 순순히 따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자위권 발동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전쟁권한법을 위헌으로 몰아왔다. 또 '제한적 자위권 행사'는 전쟁권한법이 규정한 '교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도 2011년 리비아 공습 당시 의회 승인 없이 90일을 넘기며 이 논리를 폈다.

대통령 중심제의 단점 가운데 하나가 과도한 권력 집중이다. 성급한 대통령 1인이 국가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우리 역시 1년여 전 경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범여권이 개헌을 추진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개헌안은 대통령의 계엄 관련 권한을 대폭 줄였다. 계엄령을 선포할 경우 반드시 48시간 내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승인받지 못한 계엄은 무효가 된다.

한 개인의 폭주로 인한 위험은 대통령제를 선택한 대가다.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권한 분산이다. 비록 이번 기회에 못하더라도 개헌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