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노동조합의 파업 리스크는 국가 경쟁력을 흔들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산업을 최일선에서 지탱하고 있고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는 국내 수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두 산업 모두 안정적인 공정과 고객사와의 신뢰가 중요한 만큼 이번 파업이 글로벌 시장 내 주도권을 뺏기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류순건 노무법인 이인 대표노무사는 "현재 반도체산업의 경우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위한 기술개발투자가 시급한 상황이고 바이오산업도 신약개발 등 고수익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의 고수익시대가 노사 간 대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상실과 투자위험으로 이어지는 경우 국가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 계열사의 파업은 내부 분쟁을 넘어 수천개의 협력사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 움직임을 두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 지탄받으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 덕분에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는 과정에서 함께 한 수많은 협력사와 하청업체들이 억대 성과급을 놓고 파업까지 선언한 삼성전자 노조에 소외감을 느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기업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기이익을 위해서라면 기업가치나 신뢰를 훼손하는 파업도 불사하는 기존의 투쟁방식은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노조가 이제는 자기이익을 넘어 기업의 파이를 함께 키우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협력사, 지역사회, 국가경제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역할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만큼 성숙한 태도로 노사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노사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합리적인 상생 모델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노사 간 성과급 정의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사측은 투명한 성과급 체계 및 투자 로드맵을 공유하고 노조는 경영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 요구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은 성과가 우수할 때는 성과급, 미비할 때는 위로금의 개념으로 (보상) 지급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성과 유무와 관계없이 성과급을 권리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개선될 때 바람직한 성과급 체계를 정립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측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 체계에 대한 투명한 기준을 공유하고 이들과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며 "노조도 회사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경영 활동에 나선다는 걸 인지 및 존중하고 무리한 요구는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측은 '상황이 급하다'는 식의 설명보단 향후 투자 계획과 주주 환원 규모 등 구체적인 사안을 노조와 공유하며 협의해 나가야 한다"며 "노조 역시 현재 성과가 조직 구성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게 아님을 인식하고 DS부문 외 타 사업부와의 내부 합의, 수용 가능한 최소요구조건 등을 정리해 대타협 테이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