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5월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1938년 창업 이후 82년만에 노조 허용을 선언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한편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당시 이 회장의 구상이었다.
이후 삼성의 노사협의 소통 구조는 단체교섭권을 가진 강력한 노조 중심으로 재편됐고 6년이 흐른 현재 삼성은 노조의 파업으로 전례없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달 28~30일 부분 파업에 이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전체 노조원의 70%인 2800여명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을 진행 중이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누적되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28~30일 진행된 부분파업으로만 15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5일까지 파업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손실 규모는 6400억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예정이지만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합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사측은 지급 여력과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 등을 감안해 6.2%의 임금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임금인상률 14%와 3000만원 격려금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도 파업 전운이 감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이달 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예정대로 총파업이 강행돼 공장이 멈춰설 경우 최대 3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번진다.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과 공급차질, 협력사 파급 등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7.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국민의힘, 상주·문경)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자 AI 시대 대한민국 수출을 떠받치는 버팀목으로 생산 차질은 곧 국가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 향상 배경에 임직원의 노고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세제혜택을 비롯한 정부의 지원과 주주의 투자, 협력회사들의 노력 등이 더해졌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세제혜택과 금융정책, 전력과 산업용수, 부지조성까지 우리 정부나 국민들이 혈세를 동원해 얼마나 많은 배려와 지원을 하고 있는지 회사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짚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성과가 과연 경영진과 근무하는 엔지니어, 노동자들만의 결실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상을 넘어 회사 경영권 개입 여지가 있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회사에 제시한 단체협약 요구안에는 신규 채용과 인사고과, M&A(인수·합병) 등 경영 사안에 대해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업 고유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를 비롯해 미래를 위한 M&A에까지 노조의 동의를 받으라는 건 사실상 노조가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것으로 경영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며 "시대에 맞는 합리적 보상안을 마련해야 하는 건 맞지만 회사의 경영을 침범하는 요구에 대해선 회사도 한치의 양보가 없는 원칙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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