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림해상풍력 전경 / 사진=한국전력 제공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인 해상풍력발전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발효됐지만 속도감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간 중심에서 정부 주도로 사업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불확실성 해소 기반을 마련한 법안에 이어 추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규제 유연화 등으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26일 발효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국내 해상풍력발전 패러다임을 민간 주도 방식에서 정부 주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간 사업자 대신 정부가 풍황·환경·어업 영향 등을 사전에 검토해 예비지구를 지정하고 이후 심의를 거쳐 '발전지구'로 확정해 공모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내 해상풍력추진단을 운영해 사업 준비 기간을 기존 약 10년에서 5~6년 수준으로 줄이고 사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밀착지원한다.

주민 수용성은 민간 사업자에 일임하던 구조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민간협의회를 구성해 이익공유 모델과 상생 방안등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군 작전성 문제 역시 정부가 예비지구를 전할때 국방부와 사전 협의를 통해 군 작전성과 에너지 안보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중재한다는 방침이다.


복잡한 인허가 과정이나 주민 수용성 문제, 군 작전성 협상 등은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로 인해 사업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영국 코리오제너레이션은 총 1.5기가와트(GW) 규모의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다 사업성이 불확실해지면서 최근 한국 법인을 해체했다. 싱가포르 에퀴스도 안마해상풍력사업도 국방부와의 군작전성 협의 난항으로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상풍력특별법 발효를 계기로 국내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범석 제주대 교수는 "일차적으로 정부 중심의 사업 형태로 바꿨기 때문에 인허가나 수용성 문제 해결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며 "기존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형태에선 불확실성이 컸지만 그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전선이 수행한 서남해 해상풍력 프로젝트. / 사진=대한전선
보완해야할 것도 아직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 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진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해상풍력이 들어오면 돈이 된다, 일단 우기면 돈을 준다'는 인식이 퍼져 보상을 받으려는 가짜 어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실시계획 인가나 공유수면 인가를 기준으로 과거 몇년 간 어업 실적이 있는 주민에게만 보상을 해준다든지 이런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전남 영광군이 2023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이익을 주민과 나누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이후 최근까지 어선이 112척 늘고 맨손 어업 신청도 올해 1~2월 3789건이 신청됐으나 어업 생산은 늘지 않았다. 사실상 어업을 하지 않으면서 개발 보상을 기대하고 어민으로 등록한 것이다.

김종화 영인에너지솔루션 사장 겸 풍력산업발전전략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민간협의회라는 틀은 갖췄지만 가이드라인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며 "해외 사례도 참고하고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 의뢰해 발전 규모 별 보상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레퍼런스를 마련해야 주민수용성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국산 부품비율(LCR)'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2021년 12월 국내 해상풍력발전 기업 육성을 위해 해상풍력 사업에서 국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할 경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추가로 부여하는 LCR 제도를 도입했다가 외산 업체의 반발과 통상마찰 우려 등을 이유로 2023년 4월 폐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해상풍력 설비 입찰에서 국산 R&D 터빈에 우대가격을 제공하며 사실상 LCR를 부활시켰다.

업계에선 이 같은 규정이 외국 기업의 참여를 저해하면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정 수준의 사업 실적 축적이 필요한 해상풍력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초기 단계에선 일부 외산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종화 사장은 "초기 시장에서 외산 기자재를 일부 허용해 사업 실적을 먼저 만들고 시장 성숙도와 국내 공급망 역량에 따라 국산화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유연한 LCR 전략이 필요하다"며 "국내 산업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했다.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해상풍력의 본격적인 성장 시기에 사업 실적 축적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지 않으면 나중에 사업을 하기 더 힘들다"며 "외산의 국내 제조를 유도해 국내 공급망과 관련 산업을 연계,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