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치적 기반이던 경기도 군포를 떠나 '보수의 심장' 대구 수성갑에 몸을 던졌지만 벽은 높았다. 득표율 40.4%. 야권 후보로서는 이례적인 성적이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지역을 떠났을 순간이었다. 김부겸은 달랐다. "대구에 뼈를 묻겠다"며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사했다.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명함을 시민들에게 쉴 새 없이 뿌렸다. 밤늦게 술기운을 빌린 시민들이 전화를 걸어 "한 잔하러 나오라"고 하면 마다하지 않고 골목 술집과 포장마차로 나갔다.
"니 김부갬이랑 소주 함 무봤나."
한때 대구 수성구 일대에선 이런 말이 오갔다.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반감, 호기심, 장난 섞인 호출까지 피하지 않고 받아낸 시간이었다. 시민들이 쏟아내는 질타와 쓴소리를 묵묵히 들었고 맞장구를 치며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대구 바닥을 두드린 끝에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당선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이 다섯 번째 대구 도전이다. 14년의 세월, 거듭된 낙선에도 그는 연어처럼 다시 대구를 찾았다. 민주당과 대구·경북 지역 후배 정치인들, 지지자들의 끈질긴 출마 요청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등판한 김 후보는 대구를 자신의 마지막 소명으로 내세웠다.
지난달 29일 찾은 대구 서구 두류네거리 인근 김 후보 캠프는 열기로 가득했다. 김 후보와 크고 작은 인연을 나눈 지지자들, 오랜 세월 고락을 함께해온 참모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뒤섞이며 사무소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에서 '동행미디어 시대'는 김 후보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전국구 지도자'보다 '대구의 일꾼'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김 후보는 "대구 덕분에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할 수 있었다"며 "제가 가진 국정 경험과 중앙정부 네트워크를 이제 대구를 위해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전면에 내건 화두는 '대구 산업 대전환'과 '실용'이다. 1호 공약으로는 인공지능 전환, 즉 AX를 통한 산업 체질 개선을 제시했다. 전통 제조업에 AI(인공지능)를 접목하고 로봇, 미래모빌리티, 의료헬스케어, 반도체, 양자산업을 결합해 GRDP(지역내총생산) 15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시장 임기가 같이 가는 만큼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든, 호소하든 해서 입법과 예산 지원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이 내가 아니냐는 관점을 시민들에게 계속 호소하겠다"고 했다.
'대구 경제가 다시 움직이게 만든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 후보에게 대구의 현안과 해법, 선거 전망을 물었다.
아래는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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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보다 '일꾼'으로 불리고 싶다. 대구 덕분에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구는 경제 침체와 청년 유출, 지역 소멸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제가 가진 국정 경험과 중앙정부 네트워크를 대구를 위해 써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대통령 임기와 시장 임기 4년이 맞물리는 지금, 중앙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장이 있다면 대구의 해묵은 과제를 더 빠르게 풀 수 있다. 그 역할을 제가 감당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대구의 변화가 느껴지나.
▶ 변화는 분명히 느껴진다. 이번이 대구에서 치르는 다섯 번째 선거인데 어느 때보다 "대구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크다. 소속 정당보다 누가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 누가 실제로 일할 수 있는지를 보고 계신다. 다만 대구는 저쪽(국민의힘)의 뿌리가 강한 곳이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아주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조금 더 앞서가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자꾸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하루하루 절박한 마음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남은 기간 더 낮은 자세로 한 분 한 분을 만나겠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은 김부겸이라는 것을 끝까지 호소드리겠다.
-국민의힘 후보로 추경호 의원이 확정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그분도 강점이 많은 분이다. 다만 지금 시기에는 대구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제가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다. 대통령 임기와 시장 임기가 같이 가는 만큼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정부·여당을 어떤 형태로든 압박하든 호소하든 해서 입법이나 예산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이 제가 아니냐는 관점을 시민들에게 계속 호소하려 한다.
-1호 공약으로 '대구 산업 대전환'을 발표하며 GRDP 2배 확대를 약속했다. 섬유 등 전통 산업 비중이 높은 대구에서 GRDP 150조원 시대를 견인할 핵심 신산업은 무엇인가.
▶ 대구 산업 대전환의 핵심은 AX, 즉 인공지능 전환이다. 대구의 전통 제조업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동쪽은 ▲수성알파시티 ▲혁신도시 ▲신공항 후적지를 연결해 AI·R&D(연구개발)·첨단기술 거점으로 키우고 지역 대학·연구기관을 연계해 AX 전문인력 5000명을 양성하겠다. 서쪽은 ▲성서공단 ▲달성 테크노폴리스 ▲구지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전통 제조업의 AX 전환을 추진하겠다.
여기에 ▲로봇 ▲미래모빌리티 ▲의료헬스케어 ▲반도체 ▲양자산업을 결합해 대구의 미래 성장엔진을 만들겠다. GRDP 150조원 시대는 기존 제조업을 AX로 고도화하고 신산업을 결합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대구 산업 대전환이다.
▶ 대기업 유치의 핵심은 기업이 실제로 투자하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기업은 결국 입지, 인재, 규제, 비용, 시장성을 보고 투자한다. 대구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부지·세제·금융·인허가 지원을 묶은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겠다. ▲신공항 후적지 ▲수성알파시티 ▲테크노폴리스 ▲국가산단 등 입지별로 유치 산업을 분명히 하고 대구시가 행정 절차를 끝까지 지원하겠다.
또 대학·기업·연구기관을 연결해 AI·로봇·미래차·반도체 인재를 키우고 중앙정부와 협의해 규제 특례와 테스트베드를 확대하겠다. 결국 핵심은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일하고, 지역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대구를 만드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서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다.
▶ 대구의 가장 절박한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떠난다는 점이다. 그들이 왜 떠나는지, 무엇이 답답한지를 듣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 사람들이 자기 답답한 것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는 점을 봐야 한다. 그래서 들어줘야 한다.
지금 젊은 세대는 각자 인생의 고비를 지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소화할 것은 소화하고 정책으로 제시할 것은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지지를 받는 것보다 먼저 그 사람들과 소통의 채널을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부울경, 대구·경북 등 권역별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이나 메가시티 조성이 지방소멸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나.
▶ 지방소멸과 수도권 과밀은 결국 자원과 기회의 편중에서 비롯된다. 개별 지역이 따로 수도권과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방도 광역생활권, 광역경제권으로 힘을 키워야 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그 출발점이다.
통합을 통해 더 큰 권한과 자율예산을 확보하고 산업·교통·교육·의료 인프라를 권역 단위로 설계해야 한다. 우선 대구시의회와 경북, 중앙정부, 국회를 함께 설득하겠다.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2028년 통합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로드맵을 다시 세우겠다. 행정통합은 행정구역을 합치는 일이 아니라 대구·경북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임기 내 반드시 하겠다고 내세울 수 있는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
▶ 대구에는 신공항, 행정통합, 산업 대전환, 청년 일자리, 골목상권 회복 등 시급한 과제가 많다. 그중에서도 임기 안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대구의 미래 기반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TK신공항 착공 기반 마련, 2028년 대구·경북 통합단체장 선거 로드맵 구축, AX 선도도시 기반 조성을 궤도에 올리겠다. 임기를 마친 뒤에는 "대구 경제가 다시 움직이게 만든 시장" "지역소멸 대응의 전국 모델을 만든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지역 바닥 민심을 훑으며 시장 상인과 주민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민이나 지지자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 최근 반야월시장에서 만난 80대 어머님이 기억에 남는다. 저 멀리서 급히 달려오셔서 제 손을 꼭 잡고 "대구에 다시 와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아들 셋이 모두 대구에 일자리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고 하시며 "제발 대구를 다시 살아나게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에 대구 시민들의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일자리가 없어 자식들이 떠나는 도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대구를 다시 살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대구 시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대구는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경제는 오랫동안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누가 대구를 다시 살릴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선거다. 낡은 이념 대결로는 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 저는 중앙정부와 협력하고 여당을 설득하며 대구 발전 예산을 확보할 정치력과 실행력을 갖고 있다. 대구가 잘 키운 김부겸, 이제 대구를 위해 제대로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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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프로필▲1958년 경북 상주 출생 ▲대구초·대구중·경북고 졸업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민주당 부대변인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제16·17·18·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 ▲제47대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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