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주력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투쟁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조선업, 방위산업 등으로 호황 국면에 들어선 우리나라 경제가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 산업계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한다는 노조, 경영 안정성 및 미래 경쟁력을 고려해 보상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사측이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들 대기업 노조의 투쟁이 공장을 멈추는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당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 약자가 아닌 우수한 처우와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만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노동운동의 공감 여론은 매우 제한적인 상태다.
현행 성과급 체계에 반발하며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5800만원으로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이다. 노조가 성과급 상한제 폐지·영업이익 15% 배분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1인당 6억원 수준의 성과급(메모리사업부 기준)을 이미 약속했다. 한국 직장인 상위 1% 연봉이 3억4600만원인 수준을 감안하면 다수 직원이 국내 초고소득층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위원장이 총파업을 선언하고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갔다는 논란도 있지만 이는 대기업 노조 구성원 형편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선 경제적 여유를 보여주는 노조 지도부의 이런 모습이 다소 낯설다. 따라서 '노조=약자'라고 주장하며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공감과 지지를 더 이상 받기 어렵다.
근로자를 위한 법적 체계까지 공고화되면서 대기업 노조의 힘은 더 강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영향으로 노동자 단체행동 보호는 한층 강화됐다. 그동안 노사 교섭은 주로 임금과 근로 시간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개정안 도입 후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성과급과 이익 배분 문제를 앞세운 단체행동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상황 속 대기업 노조 행보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고수익 및 법적 보호 장치를 모두 확보한 만큼 개별 조직의 이익을 넘어 이젠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 특성상 국가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주체이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대규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극단적 파업은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대기업 노조가) 자기들 밥그릇 키우기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으로 투쟁에 나서면 대외적인 여론을 이끌기 어렵다"며 "정당성 없이 파업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비난을 멈춰야 한다고 경계하면서도 "노동조합의 역할은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노동시장 전체의 불평등과 격차 문제까지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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