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회사를 상대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투쟁에 나서면서 배경과 파장이 주목받는다. 노조는 현행 성과급 산출 근거가 복잡해 단순화하자는 주장이지만, 기업들은 주주 보상 및 미래 투자 재원 마련 등의 고려 없는 단순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지급 방식 제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촉발된 성과급 요구가 자동차, 조선, 통신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첫 시작은 SK하이닉스로 지난해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한도인 '기본급의 최대 1000%·연봉의 50%'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키로 했다. 직원 1인당 수억 원의 보상이 현실화하자 다른 기업에서도 SK하이닉스 방식의 제도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성과급 기준을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15%를 상한 없이 보상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임에도 불구하고 EVA 산정 기준이 비공개된다는 이유로 영업이익 기준으로 단순화하자고 주장한다.


HD현대중공업 통합 노조도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배분 등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조만간 사측에 제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를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며 오는 20일 결의 대회를 시작으로 투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성과급으로 순이익의 30%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기업 노조는 성과급 투쟁에 나서면서 현재의 이익배분 방식과 규모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래전부터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기면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운영 중인데 OPI 재원은 세후 영업이익에서 시설투자액, 자본조달 비용 등을 뺀 EVA를 통해 산정한다. EVA 산식에 들어가는 투하자본의 구체적인 수치는 대외비에 해당돼 직원들에게 공개하지 못한다. 이에 직원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요구다.

노조는 일반 직원들과 경영진의 보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직원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경영진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인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기존 성과급 체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됨에 따라 기업들도 제도 개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전자 노사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사후조정 회의가 지난 18일 개최된다. /사진=뉴스1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는 이때가 아니면 제도를 고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뒤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측이 이런 분위기를 감지해 제도를 손보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입장에선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 등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하는 만큼 영업이익보다는 다른 기준으로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는 "영업이익은 기업 가치와 미래 투자 재원의 핵심 지표"라며 "성과급 논의는 영업이익 규모 자체보다 증가분이나 잉여현금흐름(FCF)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지급 방식도 현금성 보상 외에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보상 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재직 기간 등 조건을 걸어 무상으로 주식을 주는 제도로 주가 상승 시 보상 규모가 커진다. 회사는 당장의 현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직원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성과 창출에 매진할 수 있는 동기를 얻게 된다. 미국의 엔비디아·인텔·마이크론·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의 보상에 RSU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