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은 VVIP(초우량 고객)를 겨냥한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결제 혜택을 넘어 전담 컨시어지(비서형 고객지원), 호텔·항공·골프·미식 서비스, 프라이빗 행사 초청 등 '프리미엄 경험'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고액 자산가에게 프리미엄 카드는 결제 수단을 넘어 생활 편의와 희소성을 결합한 멤버십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현대카드가 지난해 6월 국내 카드사 중 처음으로 선보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센츄리온 카드다. 공개된 신용카드 기준 국내에서 연회비가 가장 높은 상품으로 본인 카드 연회비만 700만원에 달한다. 가족카드 연회비도 200만원 수준이다. 일반 신청 방식이 아니라 카드사가 고객을 선별해 초청하는 인비테이션 온리(초청 전용) 방식으로 운영된다.
센츄리온 카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 고객에게만 발급되는 최상위 프리미엄 카드로 알려져 있다. 카드 소지자에게는 전담 매니저가 배정돼 전 세계 호텔, 항공, 여행, 쇼핑, 문화, 미식 관련 추천과 예약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기존에도 연회비 300만원 수준의 '더 블랙'을 운영하며 국내 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선도해왔다.
다른 카드사들도 초고가 상품으로 맞서고 있다. 우리카드는 연회비 250만원 수준의 '투 체어스 W'를 운영하고 있으며, KB국민카드의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삼성카드의 '라움 오', 신한카드의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 등도 연회비 190만~200만원대 상품으로 VVIP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하나카드의 '제이드 퍼스트 센텀'은 100만원 안팎의 연회비를 내세워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 진입했다.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수익 구조 악화가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반복되면서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 확대에 한계를 겪고 있고 카드론 역시 규제와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공격적인 외형 확대가 쉽지 않다. 이에 회원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보다 수익 기여도가 높은 고객을 선별하는 질적 성장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카드업계의 연회비 수익은 지난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8개 전업카드사 연회비 수익 합계는 1조5313억원으로 전년(1조4411억원)보다 6.3% 증가했다. 2020년 연간 연회비 수익이 1조원을 처음 넘어선 이후 연회비는 카드업계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카드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온 현대카드의 지난해 연회비 수익은 3757억원으로 전년보다 10.6% 늘었다. 현대카드는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제휴 확대와 함께 연회비 300만원의 '더 블랙', 100만원의 '더 퍼플' 등 프리미엄 카드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카드 상품 구조가 양극화되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카드사들은 혜택 대비 수익성이 낮은 이른바 '알짜카드'를 줄이는 대신 생활비 중심의 저연회비 카드와 초고액 고객 대상 프리미엄 카드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일반 고객에게는 비용 부담이 낮은 실속형 카드를 제공하고, 상위 고객에게는 고연회비·고혜택 상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의 슈퍼리치 경쟁은 은행 PB(프라이빗뱅킹)센터와 증권사 WM(자산관리) 서비스를 넘어 카드업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카드 한 장이 고액자산가와 금융회사를 연결하는 첫 접점이 되고 이후 자산관리·세무·부동산·승계 컨설팅 등 그룹 차원의 종합 금융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도 전담 컨시어지와 호텔·항공·다이닝 혜택 등 연회비에 상응하는 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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