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의 한 음식점이 인접 농지를 사실상 식당 이용객 전용 주차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소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주차 안내 표지판을 철거했다. 사진 오른쪽에는 농지에 주차된 식당 이용객들의 차량이 보인다. /사진=박영우 기자

농업 생산 기반 보호를 위해 엄격히 관리돼야 할 농지가 경북 곳곳에서 상업시설의 부속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미와 칠곡 등에서 농지를 주차장이나 휴게공간, 공원형 조경시설, 영업용 데크시설 등으로 불법 전용하거나 편법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농지 관리체계 전반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를 종합하면 구미지역 일부 상업시설은 농지를 사실상 영업장 확장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음식점은 인접 농지를 주차장처럼 이용하도록 고객들에게 안내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다른 B상업시설은 농지를 불법 성토한 뒤 조경시설과 산책로, 가로등까지 설치해 공원 형태로 조성하고 카페 이용객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미의 한 카페와 인접한 농지가 허가 없이 성토된 뒤 조형물과 가로등, 산책로 형태의 시설물이 조성돼 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구미시는 카페 이용객을 위한 공원이 아니라 판매용 조경수를 식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박영우 기자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작물 경작을 위한 토지로 사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업소 이용객을 위한 편의시설과 주차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A업체는 주차장 안내판을 철거했고 B업체는 농지 입구에 '조경수 판매'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과정에서는 B업체가 가로등 전원을 농사용 전기에 연결해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구미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논란을 키웠다. 이후에도 관련 시설과 이용 형태가 수년째 유지되면서 행정기관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칠곡군에서는 더욱 노골적인 사례도 확인됐다. 한 업소는 농지에 데크 시설을 설치한 뒤 방문객들에게 사용료를 받고 임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영업행위에 활용됐지만 농지 전용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업소는 일부 군유지까지 수십 년간 무단 점유한 채 수영장 시설을 운영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칠곡군은 최근 현장 확인과 측량을 통해 불법 점유 면적을 확정하고 있으며 향후 변상금과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농업진흥구역 내에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설치·운영되다 적발돼 철거된 사례가 확인됐다.

농업진흥구역은 우량농지 보전을 위해 일반 농지보다 더욱 강한 행위 제한이 적용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상업 목적의 시설물이 장기간 운영됐다는 점에서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사례가 민원이나 언론 보도 이후에야 행정기관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하거나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허가 없이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불법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원상회복 명령은 물론 과태료 부과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행정 전문가들은 "농지를 영업장 확장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 시설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정기적인 현장 점검과 강력한 원상복구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들은 "지역에서는 농지가 사실상 상업시설의 주차장과 휴게공간, 영업장 확장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지만 행정기관의 단속은 사후 대응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