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갑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정치인들이 위에서 싸우는 동안, 여기 주민들은 아이들 학교 보낼 교실이 부족하고 출퇴근길 지하철 착공이 늦어져 발을 동동 구릅니다. 선거철에만 고개 숙이지 말고 당장 눈앞의 교통·교육 현안부터 해결해 줄 진짜 일꾼을 뽑을 겁니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경기 하남시갑 선거구에 거주한다는 초등학생 학부형 김씨(30대)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진의 질문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광역버스 노선은 늘었다지만 여전히 답답한 출퇴근길 교통과 신도시의 고질적인 과밀학급 등 문제에 지친 하남갑의 주민들은 '삶의 질을 바꿀 실질적 해결사'를 찾고 있었다.

경기 하남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의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24년 총선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50.6%)가 이용 국민의힘 후보(49.4%)를 불과 1000여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을 만큼 여야의 지지세가 팽팽하게 맞서는 곳이다. 지난 총선 당시 신설된 하남갑 지역구는 과거 농업 비중과 고령층 비율이 높아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됐으나 최근 위례·미사·감일 등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함께 젊은 층 유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여야 모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초박빙 접전지'로 탈바꿈했다.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이광재 후보가 이용 후보를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경기지사 출마로 자리를 비운 추 전 의원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여야는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강원도지사와 3선 의원을 지낸 '거물급 인사' 이광재 후보를 전략공천해 수성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의 석패를 딛고 바닥 민심을 다져온 이용 후보를 재공천해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이광재 후보가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2~23일 하남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광재 후보는 48.8%, 이용 후보는 39.1%를 기록했다(김성열 개혁신당 후보 4.3%). 두 후보의 격차는 9.7%포인트(p)로 오차범위 밖이다.

신도시 민심 "교통 문제 해결할 여당 프리미엄 이광재 지지"

새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선 감일지구와 위례신도시 일대 주민들의 관심사는 '교통'과 '정주 여건 개선'에 집중돼 있었다.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새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선 감일지구와 위례신도시 일대 주민들의 관심은 교통과 정주 여건 개선에 집중돼 있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은 지하철 착공과 버스 배차 확대 등 생활 인프라를 속도감 있게 풀어낼 후보를 원했다.


이들은 산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힘 있는 여당'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감일동에 거주한다는 80대 김씨는 "현재 감일동은 교통 불편이 가장 큰 문제라 내년으로 예정된 전철 착공이 차질 없이,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며 "과거 선거를 돌아보면 정치인들의 공약 이행률은 30%도 채 되지 않았다. 하남이 발전하려면 정부와 합을 맞춰 정책을 효율적이고 강단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여당 쪽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60대 여성 신씨도 이광재 후보에 강한 신뢰를 보였다. 신씨는 "강원도지사도 하고 굵직한 행정을 해본 이광재가 와야 하남의 꼬인 현안들을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공약이나 계획도 다 짜임새가 있어 보이더라"고 했다. 아직 뽑을 사람을 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70대 고씨는 "대통령이 일을 하려면 아래에서 받쳐줘야 하는 만큼 민주당 후보가 힘을 받아야 한다"며 "이 동네는 아이들이 많은데 고압선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어 이를 막고 지역 현안을 해결할 사람이 누구인지 보고 찍을 것"이라고 했다.


위례신도시 역시 힘 있는 여당론이 호응을 얻고 있었다. 서울 송파, 경기 성남·하남으로 쪼개진 행정구역 탓에 각종 인프라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주민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논의를 끌어내고 예산·인허가 문제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이광재 후보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위례신도 주민 30대 황씨는 "지자체 세 곳이 얽혀 있다 보니 지하철 하나 뚫는 것도 하세월"이라며 "동네 구의원 수준으로는 절대 못 푸는 문제다. 중앙 정치권에서 입김이 센 거물이 와야 이 엉킨 실타래를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4050세대를 중심으로는 불법 비상계엄을 단행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작용해 이용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렸다. 감일동 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씨는 "이용 후보는 안 될 것 같다. '윤(尹) 어게인' 논란 등으로 좀 시끄럽지 않았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남에서 15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40대 직장인 지씨 역시 국민의힘 심판론에 목소리를 보탰다. 지씨는 "나는 윤 전 대통령이 명백히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쪽"이라며 이때문에 투표할 후보를 민주당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도심 주민들 "선거 철새 싫어"…'바닥 다진' 이용에 호감

하남 갑 지역의 전통적 중심지인 신장전통시장 일대 구도심의 바닥 민심에는 여론조사 수치와는 사뭇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하남갑 지역의 전통적 중심지인 신장전통시장 일대 구도심에는 여론조사 수치와는 사뭇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민주당 쪽으로 쏠린 신도시와 달리 원도심 유권자들은 매일같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눈을 맞춰온 이용 후보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신장시장에서 33년째 떡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신도시 젊은층 표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1번이 유리한 건 알지만, 동네 사정을 아는 토박이들은 다르게 본다"며 "이광재 후보는 이번 선거 때문에 하남에 온 사람 아니냐. 이용 후보는 지난번 낙선 뒤에도 떠나지 않고 하남에서 꾸준히 뛰어왔다"고 했다. 그는 하남의 '베드타운'화도 지적했다. 김씨는 "아파트만 잔뜩 지어 인구는 많은데 정작 일할 곳이 없다"며 "유통 대기업만 있고 산업단지가 없으니 다들 서울로 나가 교통 문제가 심해진다. 하남 사정을 훤히 아는 사람이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감일동 축산물도매센터에서 고기를 숭덩숭덩 썰고 있던 40대 정육점 사장 김씨 역시 "이용 후보는 그동안 하남시를 위해 이바지한 것도 많고, 시장통에 얼굴을 자주 비춰서 익숙하다"며 "이광재 후보는 이번에 처음 나와 누군지도 모르는데 선뜻 표를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쌈채소를 소분하고 있던 족발가게 주인 두씨도 "이용 후보는 동네 행사가 있으면 무조건 찾아와서 상인들이랑 엄청 친하다"며 "지난번에 아깝게 몇 표 차이로 졌는데도 묵묵히 뛰어온 게 기특해서라도 이번엔 이용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원도심 상인 중에서도 이광재 후보의 체급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있었다.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양씨는 "이광재 후보는 중앙에서도 영향력을 가진 인재"라며 "하남시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할 수 있는 거물이 와서 교통 인프라를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청년층과 중도 성향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거대 양당의 이념 전쟁이 아닌 '삶의 질을 바꿀 실질적 인프라'였다.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청년층과 중도 성향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정치권의 이념 전쟁이 아닌 '삶의 질을 바꿀 실질적 인프라'였다. 하남시청역 3번 출구 앞에서 만난 대학생 여씨는 "선거 공보물을 받아보긴 했는데 1번이나 2번이나 솔직히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공약도 다 비슷비슷해서 전혀 끌리지 않는다"며 "하남은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서 서울 중심가까지 나가려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정권 심판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소리 말고 당장 지하철 배차 시간이나 몇 분 줄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하남시청 인근 약국 앞 그늘진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노점을 하는 80대 채씨 역시 진영 논리에 매몰된 기성 정치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채씨는 "여기서 장사를 20년 넘게 해봤는데 하남 사람들은 유독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사람이 어떤가 보기도 전에 당만 보고 맹목적으로 편 가르는 성향이 심하다"며 "당이 뭐가 중요하냐, 동네에 큰 병원 하나 들어오는 게 소원인데 이광재나 이용 후보 중 진짜로 하남 사람들을 위해 종합병원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된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은 6.6%다.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고, 가중값 산출 기준은 2026년 4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