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홍대 고깃집 '형님 저요'를 찾은 가운데 황 CEO 방문 이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사진=양진원 기자
5일 김포공항을 통해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이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삼겹살 소맥(소주+맥주) 회동을 가진 홍대 인근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지만 주변 식당과 통행에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고깃집 '형님 저요' 앞엔 취재진과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7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황 CEO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모여서다. 곳곳에는 안전 사고를 우려한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을 통제했다. 황 CEO는 이날 오후 7시 이곳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졌다.

오전부터 거리 곳곳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경찰은 인파를 통제하느라 분주했다. 가게 앞은 방송사 중계 카메라와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약 150~200명, 4시 기준으로 3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시민들은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양산을 펼치거나 얼음물을 마시며 현장을 지켰다. 몇몇은 황 CEO의 자서전 '생각하는 기계'와 사인용 펜을 손에 든 채 그를 기다렸다.

현장은 엔비디아와 국내 빅테크·재계 총수들의 회동이 'AI 동맹'의 상징으로 인식됐지만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통행 통제와 혼잡을 겪어야 했다. 일부 시민은 젠슨 황의 방문 사실조차 모른 채 경찰 통제에 불만을 나타냈고 상인들은 기대와 달리 영업 차질을 호소했다.
경찰 통제에 불만 터트린 시민들…영업 지장 받은 자영업자도 한숨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방문한 홍대 고깃집 '형님 저요' 앞에 일찍부터 취재진과 사람들이 몰려 혼잡함이 극에 달했다. /사진=양진원 기자
인도 위로 폴리스라인 설치 하자 40대 여성 A씨는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원래 성수로 간다고 하지 않았냐"며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며 통행에 너무 불편함을 느꼈다. 아이들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 손을 꼭 잡고 다녔지만 너무 불안했다"고 말했다.
통행에 애를 먹던 20대 시민 B씨 역시 "살면서 언제 엔비디아 회장과 기업 총수들을 볼 수 있을까 싶어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없던 폴리스라인이 생겨 쫓겨났다"며 "홍대처럼 사람 많은 동네에서 애초에 구역을 너무 작게 설정한거 아닌가. 시간만 날렸다"고 했다.

젠슨 황의 방문을 몰랐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편을 겪었다. 경찰의 공격적인 말투에 실랑이를 벌인 20대 여성 C씨는 "엔비디아 CEO가 오는지도 몰랐다"며 "누가 오나 싶어서 두리번 거리니 경찰이 소리를 지르더라. 어이가 없어 화냈더니 제대로 사과도 않고 갔다"고 토로했다. 젠슨 황이 오는지 몰랐던 또 다른 20대 남성 D씨도 "대통령이 오는 줄 알았다"며 "금요일 저녁이라 기분 좋게 나왔다가 사람에 치여 죽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일선 현장에 지원나온 공무원들의 고충도 눈길을 끌었다. 현장 통제를 맡은 마포구청 공무원은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시민 분들이 자꾸 통행로를 막는다"며 "우리도 통행로를 확보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건데 몇몇 시민분들은 공무원 조끼를 입고 있으니 '공무원이 뭔데 뭐라하냐'며 성질도 내더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영업 중인 자영업자들은 고통을 얘기했다. '형님 저요' 인근에서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E씨는 "형님 저요 가게를 통으로 하루 대관했다고 하더라"며 "그 가게 입장에선 기업 총수들 와서 깔끔히 먹고 돈 왕창 내고 가면 좋지만 우린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몰려드는 인파에다 통행로까지 차단돼 저녁시간인데도 손님이 없다"며 "예약 전화만 30통 왔는데 2-3명 정도가 젠슨 황 회장이 오는 시간을 노려서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 분들이 자리 차지하고 젠슨 황 회장 떠날 때까지 안 나가면 좌석 순환도 안 된다"며 "안 받는게 오히려 나을 정도"라고 했다.

홍대 일대는 원래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인데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기자·시민·관계자가 한 공간에 몰려 통행 혼잡과 안전 문제로 이어졌다. AI 생태계 확대를 상징하는 화려한 회동 뒤편에 현장 운영과 시민 불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