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미국FDA는 9일(현지시각) 유기 자외선 차단 성분인 베모트리지놀을 선스크린 허용 활성 성분 목록에 추가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으로 신규 성분이 허용됐다. 이 성분은 피부 노화를 유발하는 자외선 A와 화상을 입히는 자외선 B를 동시에 차단한다. 햇빛에 노출돼도 차단 효과가 오래 유지되고 피부 흡수율이 낮아 안전성이 높다. 글로벌 선케어 업계가 장기간 미국 내 사용 승인을 기대해 온 원료다.
한국콜마는 23여년 전부터 선케어 연구를 별도로 진행했다. 2022년에는 업계 최초로 자외선 차단 전문 연구소인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50여명의 연구원이 106건(2026년 1분기 기준)의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베모트리지놀 성분도 초기부터 연구에 활용해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다. 최근에는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성적서를 직접 발급할 자격도 획득했다. 외부 기관 없이 자외선 차단 효과 검증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소화한다.
김용우 한국콜마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장은 "미국에서 사용하지 못하던 자외선 차단 성분이 많았는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신규 성분 도입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콜마는 수년간 축적해온 선케어 연구 데이터와 처방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한국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제형의 다양성과 촉촉한 사용감"이라며 "사용 가능한 자외선 차단 성분이 늘어나면 K선크림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자 탈출을 위한 핵심 무기는 지난해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콧타운십에 준공한 제2공장이다. 색조 화장품 중심인 1공장과 달리 2공장은 기초 화장품과 선크림 생산에 집중한다. 2013년 업계 최초로 미국 FDA 일반의약품(OTC) 인증을 획득한 한국콜마는 이를 바탕으로 제2공장 설비도 현지 규제 기준에 맞췄다. 세종공장의 시스템을 이식해 전체 제조 공정의 80%를 자동화하며 비용을 절감했다. 캐나다 법인을 포함하면 북미 전체 연간 생산능력은 4억7000만개 규모에 이른다. 북미 화장품 주문자개발생산(ODM) 기업 중 최대 수준이다.
미국에서 자외선 차단제는 엄격한 관리를 받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타사가 이번에 허용된 신규 성분을 적용해 미국 기준에 맞는 수출용 제품을 재설계하고 임상 시험을 거쳐 실제 공급에 나서려면 최소 1년 6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에 일반의약품 생산 공장과 성분 데이터를 모두 갖춘 한국콜마로 글로벌 고객사의 수주가 집중될 수 있을 전망이다. 관세 부담을 피하면서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다양한 제형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서다.
업계가 추산한 지난해 기준 글로벌 선케어 시장 규모는 150억~180억달러(약 20조~25조원) 수준이다. 이 중 미국 시장은 40억~50억달러(약 5조~7조원)를 차지한다. 한국콜마의 선케어 제품 판매량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4% 증가했다. 구다이글로벌과 공동 개발한 조선미녀 맑은쌀 선크림은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하며 미국 아마존 선크림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셈이다. 한국콜마는 이번 규제 완화를 기점으로 북미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해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이번 FDA 결정은 미국이 글로벌 선케어 기술 트렌드를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그동안 한국과 유럽 등에서 널리 사용돼 온 자외선 차단 성분이 미국 시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관련 기술 혁신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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