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법사위 집착으로 국회 정상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법사위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선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또 한 번 입법의 무덤이 될 뿐"이라며 여당이 법사위를 맡아 신속한 입법으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태도를 독선과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고 반성하기는커녕 독선과 오만의 도를 넘고 있다"며 "국회 제2당이 맡아왔던 법사위를 돌려줘 국회 정상화에 나서기는커녕 국민의힘이 맡았던 주요 경제 상임위까지 회수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제13대 국회'(1988년 5월~1992년 5월) 이후 교섭단체 간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다. 통상 청와대를 관할하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는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아 왔다. 법사위원장은 정부 견제를 위해 2008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야당 몫으로 배분해 왔지만 2016년 6월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여당이 이를 가져가며 관행이 흔들렸다.
여야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단독으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임위원장은 각 상임위가 아닌 본회의 표결로 선출되는 만큼 과반을 점한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원 구성 협상에서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충돌 끝에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전례가 있다.
당시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하며 거대 여당이 됐고 개혁 입법 추진을 위해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관행대로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돌려야 한다고 맞섰다. 협상이 결렬되자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개 상임위원장 전부를 여당에 내줬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을 여당이 짊어지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단독 원 구성에 나설 경우 법사위를 포함한 상임위 주도권을 확보해 국정과제와 민생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정치적 부담도 크다. 2020년 단독 원 구성 이후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독주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듬해인 2021년 4·7 부산시장·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모두 패배했다. 이번에도 상임위원장 독식에 나설 경우 중도층 반감과 야당의 대여 공세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필요한 사안은 단독으로 처리해온 만큼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될 경우 강행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기 때문에 법사위를 더 가져가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어차피 지지율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면 필요한 상임위는 확보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번주 내로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는 다음주를 사실상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상황인 만큼 단독 처리 여부를 두고 당내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당 수석이 계속 만나고 있지만 법사위원장 문제 때문에 평행선을 긋고 있다"며 "상임위가 구성돼야 국회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오늘도 만나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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