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구독 서비스를 한눈에 관리하는 '생활밀착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해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앞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쇼핑 멤버십 등 구독 서비스의 해지 버튼을 찾지 못해 탈퇴를 포기하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 결제가 진행되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정부가 소비자의 눈을 속여 구독 유지를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눈속임)'에 칼을 빼 들었다. 모든 구독 내역을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된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은 오직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으로만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생활밀착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모든 금융 정보를 통합·연계해 개인의 구독 내역을 손쉽게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지원한다.

구독경제는 이미 넷플릭스·티빙 등 OTT를 비롯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89.1%에 달하며 유료 구독형 OTT 이용률도 54.2%로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이용자 1인당 평균 2.1개의 서비스를 구독하는 등 다중 구독도 나타났다. 티빙의 KBO 프로야구 중계, 디즈니+의 마블·디즈니 애니메이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등 각 사의 독점 콘텐츠 강점에 따라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형태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의 구독 서비스 월평균 지출액은 4만530원이며 이 중 OTT 지출은 2만2084원 수준이다.

구독경제 시장은 성장했으나 소비자를 묶어두기 위한 플랫폼들의 꼼수 역시 교묘해졌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OTT·배달·음악 스트리밍 등 5개 분야 13개 주요 구독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92.3%가 해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반복 간섭' 설계를 보이고 있었다. '취소·탈퇴 방해'는 84.6%, 소비자의 오인을 유도하는 '잘못된 계층구조'는 69.2%에 달했다.

실제로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56%는 무료 체험 후 유료 전환이나 자동 결제를 경험했으나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9%가 사전에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용자의 58.4%는 '해지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그 이유로는 해지 메뉴를 찾기 어려움(52.4%), 복잡한 해지 절차(26.5%) 등을 꼽았다.


정부는 이 같은 국민적 피로도를 해소하기 위해 제재 조치를 시행한다. 오는 7월부터 전자상거래법 위반 시 부과되는 과태료 상한액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입법 보완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연내 전기통신사업법에 다크패턴 금지 규정을 명문화할 계획이다. 투명한 해지 절차 없이 눈속임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플랫폼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그동안 해지 시스템과 다크패턴에 기대 가입자를 유지해 온 플랫폼 기업들의 구독 유지율은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 장벽이 낮아진 만큼 이용자들은 언제든 지갑을 닫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웰메이드 콘텐츠 강화 등 서비스 자체의 본질적인 매력으로 고객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선택권 확장 등 대응 방안을 꾸준히 검토 중"이라며 "가입과 이용, 해지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통신사 요금제 결합은 물론 쇼핑·배달앱 멤버십까지 묶어 쓰는 다중 구독층이 두터워졌다"며 "번들링 등 이용자들이 본인의 필요에 따라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영역인 만큼 향후 선택권을 넓히고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생태계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