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웨이브의 수장이 교체되며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따른 '토종 OTT 연합군' 탄생 기대감이 커진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3년째 표류하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웨이브·KT 수장 교체와 함께 '골든타임'을 맞았다. CJ ENM 출신의 재무 전문가가 웨이브의 지휘봉을 잡고 경영 공백을 해소한 KT가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연합군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4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2일 이양기 CJ ENM OTT 경쟁력강화 TF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CJ ENM 사업관리담당과 티빙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거쳐 지난해부터 웨이브의 살림을 맡아온 '미디어·재무 전략 전문가'로 양사의 재무 구조와 콘텐츠 수급 현황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이 대표는 그간 웨이브-티빙 결합상품 및 광고요금제(AVOD) 출시를 주도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상호 공급하는 등 합병 준비 작업을 물밑에서 이끌어 왔다. 그는 선임 이후 "합병을 추진 중인 웨이브와 티빙 간 시너지를 창출해 이용자에게 최상의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의 선임으로 웨이브는 CJ ENM 중심의 경영 체제 전환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주요 주주인 KT의 동의다. 티빙 2대 주주(지분 13.5%)인 KT 계열사인 KT스튜디오지니는 지분 희석 우려와 IPTV 가입자 감소 등을 이유로 합병에 반대해 왔다. 여기에 KT 내부 경영 공백과 해킹 사고 수습 여파도 걸림돌이 돼 의사결정 진척이 더뎠으나 지난달 31일 '정통 KT맨' 박윤영 대표 체제가 출범한 만큼 멈춰있던 합병 논의도 물꼬가 트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신업계에서는 미디어 사업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 대표가 합병 논의를 마냥 끌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박 대표는 2024년 효율화를 위해 분리했던 미디어부문과 커스터머부문을 다시 통합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을 결집해 시장 주도권을 탈환한다는 복안이다. 미디어 사업을 3대 핵심 사업으로 낙점한 KT는 차세대 동력인 '미디어 뉴웨이' 전략에 따라 올해까지 총 5000억원을 집행한다.

현재 티빙 지분은 최대 주주인 CJ ENM이 48.85%를 보유 중이며 웨이브는 SK스퀘어가 40.5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CJ ENM과 SK스퀘어는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내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사 합병은 넷플릭스의 독주를 견제할 토종 OTT 출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달 넷플릭스가 광화문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독점 생중계하며 하루 만에 6만6000건의 신규 설치를 끌어모으는 등 국내 토종 OTT의 입지는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500만명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티빙(733만명)과 웨이브(376만명)의 MAU는 합쳐도 1100만명대에 그쳐 격차가 뚜렷하다.

양사는 각각의 플랫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이용권'을 출시하고 CJ ENM의 일부 콘텐츠를 웨이브에 공급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통합 요금제 출시에 이어 9월과 10월에는 공동 광고 플랫폼을 연달아 내놓으며 실질적인 결합 기반을 닦았다. 이번 인사 개편을 기점으로 지지부진했던 합병 논의가 최종 단계에 진입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