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S&P글로벌 신용평가 상무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AI 산업의 급성장과 잠재적 신용 위험' 세미나에서 "은행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산건전성보다 자본 관리"라며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의 기업금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업금융 가운데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 투자 확대가 자본 적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S&P는 자체 위험조정자본(RAC)비율 산정 시 주식과 주식이 포함된 펀드에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 위험조정자본비율은 S&P글로벌 신용평가가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자본지표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주식·펀드 익스포저는 전체 자산의 약 2% 수준이지만 향후 두 배로 확대되고 동일한 위험가중치가 적용될 경우 위험조정자본비율이 약 110bp(1bp=0.01%포인트) 하락한 7.3%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상무는 "위험조정자본비율이 7%를 지속적으로 밑돌면 개별 은행의 신용등급 하향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 관련 익스포저와 자본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 활황에 따른 가계 신용대출 증가도 금융권의 잠재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지난달 이후 가계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고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경우 신용대출 부실이 금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시 조정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와 맞물리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최근 증시 상승이 기업 펀더멘털을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보듯 외부 변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동 정세와 환율 상승이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고유가가 지속되는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한국 은행의 대손비용률이 약 10bp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익창출 능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78%로 규제 기준(80%)을 크게 웃돌고 해외 자본시장 접근성도 과거보다 개선돼 조달·유동성 리스크 관리 능력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선 초기에는 은행이 주요 발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상무는 "하반기 중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입 초기에는 리스크 관리와 규제·감독 측면에서 은행이 주된 발행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테일 결제에서는 카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수요가 제한적이겠지만 기업 간 결제와 해외송금을 중심으로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며 "토큰증권(STO) 시장 활성화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은행 예수금 변동성 확대는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그는 "국내는 미국과 달리 단기 국채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에서 은행 예금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은행 예수금이 단기간 이탈하면서 일부 은행이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시중은행의 원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약 110%로 유럽이나 아시아 평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예금 이동과 유동성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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