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부업법상 매입채권추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영세 매입추심업체 난립과 연체채권의 반복 매각이 장기·과잉추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매입추심업체에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자본금 30억원, 20명 이상 상시고용인력, 전문인력, 전산·보안설비 등의 요건을 도입하기로 했다.
채권추심은 대부업체와 신용정보회사 모두 관여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대부업체는 금융회사 등에서 연체채권을 사들여 회수하는 매입채권추심을 주로 한다. 신용정보회사는 채권을 직접 사들이기보다 금융회사나 대부업체로부터 추심 업무를 위탁받아 대신 회수하는 역할이 크다. 쉽게 말해 대부업체는 주로 '채권을 사서 회수하는 곳', 신용정보회사는 '채권자에게 일을 맡아 대신 받는 곳'에 가깝다.
실제 추심 현장에서는 신용정보회사로 업무가 몰리고 있다.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는 연체가 발생하면 곧바로 채권을 팔기보다 먼저 신용정보회사에 추심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후 회수가 어려운 채권은 대부업체에 매각되지만, 대부업체도 인력과 비용 부담 때문에 다시 신용정보회사에 추심을 맡기는 일이 적지 않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채권을 사오더라도 직접 추심 인력을 두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 다시 신용정보회사에 맡기는 일이 적지 않다"며 "대부업체 규제만 강화하면 직접 추심 여력이 줄어든 업체들이 위탁을 더 늘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신용정보회사 쪽으로 추심 의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매입채권추심업체을 하는 대부업체 911개사로 평균 임직원 수가 6명 수준이다. 반면 신용정보회사는 22개사에 불과하지만 평균 임직원 수는 776명이다. 영세 매입추심업체 입장에서는 직접 추심 인력을 두기보다 수수료를 주고 신용정보회사에 맡기는 편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추심 외주화 흐름은 신용정보회사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신용정보협회에 따르면 채권추심 업무를 하는 신용정보회사 22개사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1조473억원으로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채권추심업 영업수익은 7991억원으로 4.5% 늘었다.
민원도 신용정보회사 쪽에 더 많이 쌓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신용정보업자 대상 금융민원은 3177건으로 대부업자 대상 민원 2953건보다 많았다. 업체 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신용정보업자 민원은 회사당 약144건, 대부업자는 회사당 약3건 수준이다. 실제 추심 업무가 신용정보회사에 집중되면서 민원도 함께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번 대책의 초점이 대부업체가 사들인 채권을 어떻게 추심하느냐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회사가 금융회사나 대부업체로부터 추심을 맡아 대신 회수하는 위탁추심은 다른 규율·감독 체계에서 관리된다. 같은 빚 독촉이라도 대부업체가 직접 하는지, 신용정보회사가 대신 하는지에 따라 관리 기준이 달라지는 셈이다.
금감원도 신용정보회사 추심 관행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채권추심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을 계속 추심하거나 일부 변제를 유도해 시효를 되살리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채무자가 시효 완성을 이유로 추심 중단을 요청했는데도 일부 추심인이 연락을 이어가는 사례도 문제로 지적됐다.
위탁추심 현장의 내부통제 문제도 남아 있다. 신용정보회사는 정규직 직원뿐 아니라 위임계약 형태의 채권추심인을 활용한다. 이들은 회수 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 구조가 일반적이어서 과도한 회수 압박이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은 장기·과잉추심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실제 추심 업무가 신용정보회사 위탁으로 많이 이뤄지는 만큼 신용정보회사의 추심 방식과 위임직 채권추심인 관리 체계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