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국민의힘과 법학계 전문가들이 ▲중앙선관위원장 상근화 등 책임 체계 강화 ▲국회 차원의 상시 감독 장치 마련 ▲사전투표제 폐지 또는 대폭 개편 등을 선관위 신뢰 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사진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는 모습. /사진=뉴스1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불신이 커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국민의힘과 법학계 전문가들이 ▲중앙선관위원장 상근화 등 책임 체계 강화 ▲국회 차원의 상시 감독 장치 마련 ▲사전투표제 폐지 또는 대폭 개편 등을 선관위 신뢰 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통한 진상규명에 이어 선관위에 대한 '해체 수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6·3 참정권 훼손 사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며 "이번만큼은 흐지부지 넘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지 '소쿠리 투표' 사건, 선관위 자녀 부정채용 사건, 선거철 선관위 직원 단기휴직 사태 등이 반복됐지만 선관위는 잠깐의 비난만 견디면 된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대응해왔다"고 비판했다.


국정조사와 함께 야당 추천 인사가 특검에 임명돼 선관위 실태와 참정권 훼손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야당 추천 인사가 특검에 임명돼 선관위의 실태를 파악하고 어느 정도까지 국민 참정권이 훼손됐는지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탕으로 선관위 해체 수준의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진상규명, 선거제도 개혁, 선관위 해체 수준의 개혁"이라며 "선관위가 무능하고 부정하고 부패한 조직이 된 것은 헌법을 오독한 결과"라고 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의 목소리는 결과를 뒤집자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확인하자는 것이었다"며 "증거를 보존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해달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했다. 이어 "진실을 밝히는 데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되고 개혁에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현행 중앙선관위가 비상임 위원 중심의 느슨한 책임 구조와 외부 견제 부재 속에 사실상 '통제받지 않는 기관'처럼 운영돼 왔다고 지적했다. 개혁 과제로는 ▲중앙선관위원장 상근화 등 책임 체계 강화 ▲국회 차원의 상시 감독 장치 마련 ▲사전투표제 폐지 또는 대폭 개편 등이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 개혁 논의가 단순히 선관위 조직 개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헌법 제7장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선거관리'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선관위라는 기구 자체보다 우리나라 선거관리 제도 전반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로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선관위의 구조적 문제로 비상임 체제를 꼽았다. 그는 "위원들이 한 달에 한 번 회의에 나오는 구조로 조직을 장악하고 업무를 파악할 수 있겠느냐"며 "터질 게 터진 것이고 지난 60년 동안 방치된 문제"라고 했다.

또 현직 대법관이 관행적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임해 온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지 교수는 "위원장을 상근제로 하려면 현직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며 "현직 대법관은 전임 의무와 겸직 제한 문제가 있어 상근 선관위원장을 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부 통제 강화도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지 교수는 "현재 선관위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의 견제와 감독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기관이 됐다"며 "국회에 의한 감독이 실질적이고 상시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국회 보고 의무와 감독권을 가진 조직을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선관위의 비상임 체제를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차 교수는 "중앙선관위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조직 운영 상황이나 선거관리 실태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방만한 조직 운영과 부실한 선거관리의 근본 원인은 비상임 체제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차 교수는 개헌 없이도 선관위법 개정만으로 일부 상임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중앙선관위원 전원을 상임화하는 방안도 있지만 선거 업무가 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만 상임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며 "대통령 임명 몫, 국회 선출 몫, 대법원장 지명 몫을 균형 있게 반영해 상임위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선관위원의 정치적 중립성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 교수는 "대선 캠프에 있었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했던 사람이 곧바로 중앙선관위원으로 임명될 수 있는 구조는 선거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요인"이라며 "헌법재판관에 준하는 수준의 결격 사유를 중앙선관위원에게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선관위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우리 선거관리 시스템은 선거 실시, 감독, 정치자금, 정당사무, 선거구 획정, 선거소청까지 한 곳에 모여 있다"며 "선진국들은 선거 실시와 감독, 정치자금 기능을 각각 분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앙선관위는 입법·사법·행정 권한이 한 군데 모인 구조인데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며 "권한 분산을 전제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개헌 이전이라도 선관위 내에 선거 실시 사무만 담당하는 별도 조직을 두는 방안, 정치자금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 국회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제 폐지 또는 대폭 개편 필요성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지 교수는 "사전투표 관리 과정에서 선관위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특히 지방선거는 투표용지와 선거구가 복잡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사전투표제는 단계적으로 대폭 손보거나 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선거일 4~5일 전에 대규모로 치러지는 사전투표는 사실상 1차 투표와 2차 투표"라며 "선거 막판 후보자 관련 정보가 달라질 경우 유권자들이 서로 다른 정보 환경에서 투표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제 폐지와 선관위 개혁은 하나의 개혁 과제의 두 얼굴"이라고 했다.

권기종 전 선관위 사무국장도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투표제 폐지를 주장했다. 권 전 국장은 "사전투표는 투표 편의 확대와 투표율 제고에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관외 사전투표지 배송 과정 공백, 투표함 장기 보관에 따른 보안 우려, 선거 막판 돌발 변수 반영 한계, 전산망 해킹 논란, 행정력 소모와 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사전투표를 폐지하는 대신 본투표 기간을 이틀로 늘려 유권자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개표를 다음 날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