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KT 대표가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미현 기자
"무대로 치면 실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주인공 배우라기보다는, 무대와 조명을 만들어 연기하는 배우가 더 돋보이게 만드는 일종의 이네이블러(조력자) 역할을 하겠습니다"
박윤영 KT 대표는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히며 '인공지능 전환(AX) 플랫폼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 3월 취임해 오는 9일 취임 100일을 맞는 박 대표는 그동안 정보보안·네트워크 부서를 시작으로 전국의 현장을 발로 뛰며 임직원과 소통하고 성장 계획을 모색해 왔다.


KT가 새 비전으로 선포한 'AX 플랫폼 컴퍼니'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대한민국 연결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며 AX 시대를 선도하는 플랫폼과 혁신 서비스로 압도적 성장을 이루는 기업을 의미한다. 박 대표는 "고객이 AI를 도입해 성장하고 경쟁력을 가져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AI 도입을 더 잘하고 성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KT 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KT는 AX 플랫폼 기업 도약을 위해 AX 인프라에 6조원, 정보보안·IT·네트워크 분야에 12조원 등 총 18조원을 투자한다. 이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삼성·SK 등 주요 기업 대비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수요를 전제로 한 탠저블한 투자계획"이라며 "데이터센터 운영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왔고 이것이 차별화된 강점이자 고객에게 좋은 포인트를 소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약 5조원을 투입해 총 1GW(기가와트) 용량의 AIDC(AI 데이터센터)를 실수요 기반으로 추가 구축한다. 대규모 학습·추론 수요를 감당할 '중앙 AIDC'와 산업 현장 인근에 확충하는 'AI 에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시대에 필수적인 초저지연 실시간 추론 환경을 전국에 깔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1조원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글로벌 해저케이블 공급 규모를 90Tbps 이상 추가 확충한다. 향후 5년 내 현재 용량(38TB)을 128TB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AIDC 투자를 유치하고 대한민국을 '아시아 AX 연결 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데이터센터가 늘어도 해저케이블 역량이 부족해 데이터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수요 폭발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12조원은 정보보안·IT 혁신(4조원)과 네트워크(8조원)에 분배된다. 특히 보안과 IT 분야에는 과거 3개년 대비 2배 증가한 재원을 집중 투입해 안정성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린다. 허태준 KT 전략실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가 본격화되며 전체 투자금의 절반 정도는 내년에 집행될 예정"이라며 "AIDC 투자 5조원은 5년간 단계적으로 진행된다"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혔다.
박윤영 KT 대표가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KT는 통신사만의 과금 역량을 AI 플랫폼에 접목한 '토큰 팩토리'를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박 대표는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토큰'이 AI 시대 경제의 기본 단위가 됐다"며 "현재 AI 영역에 있는 회사들이 가장 경험하지 못했고 결핍된 요소가 바로 '과금'인데 이 분야는 통신사만큼 잘하는 곳이 없다"고 자신했다. 수많은 결합 상품과 요금제를 처리해 온 통신사만의 역량을 '토큰 게이트웨이'와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상호 AX부문장 역시 "GPU·MPU 등 자원을 최적화해 토큰을 가장 싸게 공급하고 사용 자체를 최소화 시켜주는 최적의 모델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법제화 과정에 있는 '스테이블 코인' 역시 글로벌 전산 및 내부 결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PoC(기술검증)를 진행 중이며 법제화 즉시 신사업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별 특화 툴을 제공하는 B2B 영역과 초개인화를 앞세운 B2C 영역의 혁신도 동시에 진행된다. B2B 영역에서는 디지털전환(DX) 성과가 높은 금융권을 타깃으로 AI 콘택트센터(AICC)와 세일즈 에이전트 등 '에이전틱 AI'를 섹터별로 확장한다.

박 대표는 "현재 금융에 크게 집중하고 있다"며 "금융권의 디지털 DX를 수행하면서 쌓은 산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에이전트 AI를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소버린(주권) 니즈가 큰 공공 분야 역시 고객 환경에 맞춘 최적의 AX를 구현하며 제조·의료 분야는 정부 실증 사업과 연계한 '피지컬 AI'로 영역을 넓힌다.

B2C 영역에서는 상품과 서비스의 주도권을 고객에게 넘기는 초개인화 AX를 선보인다. 기존 통신 서비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객이 직접 설계하는 요금제·혜택 ▲이용 패턴 분석 기반의 최적 맞춤형 서비스 제안 ▲가입부터 CS까지 고객 전 여정의 디지털화를 구현한다.

아울러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지궤도(GEO)와 저궤도(LEO) 다중 위성을 직접 관제·운용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 통신 주권을 확보하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저궤도 위성 사업에서도 KT샛(KT sat)을 중심으로 운영·관리의 핵심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올해 9월 140명 규모의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사와 협력해 서울대학교 내 산학연 과정을 신설하고 정보보안 인력을 직접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KT 업의 본질은 '연결'이라며 "본질을 단단하게 해야만 그 위에서 새로운 성장을 할 수가 있다"며"본질을 기반으로 확실한 성장을 AX 내에서 하겠다는 게 KT의 비전이자 전략의 커다란 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