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의 핵심축인 삼성전자 구성원을 중심으로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 중이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이 주축이 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조합원과 노동자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정부는 속도를 말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감당해야 할 사람에 대한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조합 조사 결과 전환 배치와 근로조건, 처우 등을 고려할 때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응답이 84%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근로 여건에 대한 합의 없이 사업이 추진되며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취지다.
호남 반도체를 비롯한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를 2027년 교섭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정부를 향해 "조합이 제안한 노사정 협의의 장에 응답해주시고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의 주축이다. 광주에 약 40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팹 2기를 구축할 예정인 데다, DS부문 근로자 상당수가 호남 지역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근로자들의 지지와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인력 확보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특성상 숙련 인력이 필수적인 만큼, 근로자들과의 엇박자는 사업의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안정적 출력이 가능한 원자력 발전이 대안으로 지목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6기는 5.9GW 규모의 설비용량을 갖추고 있으나, 한빛 1호기는 지난 12월 설계수명 종료로 가동이 중단됐고 2호기도 오는 9월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3~6호기도 2034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춘다. 정부가 계속운전을 승인하더라도 정밀 안전성 심사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영남 지역의 신규 원전인 새울 3·4호기와 신한울 3·4호기 등에서 전력을 끌어오자는 의견도 있다. 두 발전소 모두 호남 반도체가 양산을 목표로 하는 2030년 전후로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송전선로 건설 시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점은 추진의 걸림돌로 꼽힌다.
신규 원전을 짓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여부를 전문가 의견과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대형원전 조성에 통상 13년 11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남 반도체 산단 양산 시기와 상당한 시차가 있다는 진단이다.
여러 난관 속에서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각 문제에 맞는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 반발에 대해 "반도체 근로자들이 호남 반도체 산단에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금이나 정주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만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규 호기를 이전 호기와 동일하게 건설하면 각종 규제를 줄이는 동시에 주민 동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7~8년이면 건설이 가능한 만큼 호남 반도체 산단과 신규 원전 가동 시기 간 간극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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