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차세대 핵심 전원으로 재생에너지가 부상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좌우되는 만큼 생산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공급할 수 있는 ESS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배터리셀 기업도 ESS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가운데 에너지 전환 시대에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근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주요 외신 등의 보도를 보면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 4곳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량의 약 49%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세 역시 뚜렷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0년에는 43%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주목받는 배경으로는 청정성과 대규모 전력 생산능력이 꼽힌다.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동시에 국제 사회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압박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풍력 등 자연의 무한한 자원을 바탕으로 많은 양의 전력 생산이 가능해 AI 시대 전력 수요와 탄소 중립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평가다.


재생에너지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필수 설비로 꼽히는 ESS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그동안 간헐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는데, 이를 보완할 최적의 인프라가 ESS라는 진단이다. ESS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도 지난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간헐성 자원이라는 약점이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태양광과 ESS, 고도화된 전력망 운영 기술이 결합하면서 재생에너지가 펌파워(날씨·계절 등의 변수에도 24시간 공급 가능한 전력)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SS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이를 신성장 동력으로 채택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에도 호재가 찾아왔다는 진단이다. 현재 주요 배터리 기업은 전기차 캐즘 등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북미 ESS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반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글의 대규모 태양광·ESS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초기 약 2GWh 규모의 배터리가 사용되며, 향후 2.9GWh까지 사용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북미 현지에서 생산한 LFP 기반 ESS 설루션인 'JF2 DC Link'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미국 에너지 기업인 DTE에너지와 16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연이어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미국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2조원이 넘는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도 1조5000억원 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도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추가 공급 계약 논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SK온은 지난해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30년까지 추진되는 최대 6.2GWh 규모 추가 프로젝트의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올해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배터리 20GWh 이상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 ESS 구축 사업에서도 수주 성과가 나고 있다. 지난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2026년 AI 활용 ESS 구축 지원 사업' 사업자 선정 결과를 보면 선정된 9개 사업자 가운데 6곳이 삼성SDI, 1곳이 LG에너지솔루션, 2곳이 SK온 배터리셀을 채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급뿐만 아니라 사업자로도 최종 선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전설비 확충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의 유연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ESS는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설비를 넘어 계통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