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0% 글로벌 관세 종료를 하루 앞두고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미가 합의한 15% 관세율이 유지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한국에 강제노동을 이유로 최대 12.5% 관세율을 예고했고, 과잉생산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최종 관세율이 15%를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려면 대미 투자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의 '2026년 무역정책 의제' 청문회에서 "USTR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채택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한 상위 60개 교역 상대국을 조사했다"며 "이르면 내일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른 최종 대응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무역법 301조 관세는 24일 종료되는 무역법 122조의 '10% 글로벌 관세'를 대체하는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위법 판단을 받자 무역법 122조를 적용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 관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했다. 다만 무역법 122조는 최대 150일까지만 적용할 수 있어 미국은 무역법 301조 체계로 전환할 예정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6 세계경제포럼 연차회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이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USTR은 강제노동과 과잉생산을 근거로 주요 교역국을 조사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을 대상으로 강제노동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한국 등 54개국에는 12.5%, 나머지 6개국에는 10% 관세율을 예고했다.
관건은 과잉생산 관세 수준이다. 과잉생산 관세가 강제노동 관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과되면 최종 관세율이 지난해 한국과 미국이 합의했던 15%를 넘어선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과잉생산을 이어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는 최대 4년간 유지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연장도 가능하다.


당정은 무역법 301조 외에 다른 법률을 근거로 한 미국의 추가 관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주요 수출품에 불합리한 관세가 중복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철강·반도체는 기존 품목별 관세 체계가 적용돼 무역법 301조만 적용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역법) 301조일 수도 있고 다른 조항일 수도 있다. 추가적인 관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관세법 338조를 적용해 캐나다산 와인 등 일부 품목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사례처럼 다른 법률을 근거로 후속 관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순방 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율이 경쟁국보다 높게 책정되면 기존 글로벌 관세 적용 대상인 배터리·전기장비·화학·일반기계·섬유·산업장비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인상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기업이 수출가격 인하로 대응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관세 체계에 대응해 협상력을 높이려면 대미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이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는 내용을 관보에 게재한 적도 있다"며 "이번에도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관세를 25%까지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비관세 장벽이 자국 첨단기업을 차별한다고 주장해왔고 쿠팡 사태와 이란 전쟁 등을 거치며 한·미 관계도 악화했다"며 "관세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지난해 관세 협상 이후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며 움직였지만 한국은 국내 사정을 이유로 이행이 늦어졌다. 대미 투자가 가시화돼야 협상도 진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미가 합의한 15% 관세율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에서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에너지 분야를 제시하며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