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026년 6월26일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드론작전사령부 개편 및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한국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가 최근 2년간 편성된 드론 구매 예산을 한 푼도 쓰지 못하고 전액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드론 전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사이 정작 북한 무인기 대응 명분으로 창설된 드론사는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오는 11월부터 국방부 직속 국방드론본부로 개편되는 드론사의 내년 예산도 올해 대비 반토막난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드론 획득 예산은 지난해 자폭드론 등 약 85억2000만원, 올해 자폭·정찰 드론 등 약 29억원으로 총 114억2000만원이 편성됐으나 전액 반납 처리됐다. 지난해는 중앙조달 구매 제한, 올해는 부대 개편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게 이유다.
안규백, 예산 축소 없다고 밝혔지만…내년 예산 올해 대비 반토막
드론사 자체 예산도 급감세다. 지난해 152억4500만원이던 예산은 올해 123억500만원으로 줄었다. 국방드론본부로 개편되는 내년 예산은 56억3100만원으로 책정돼 올해의 절반,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훈련 실적도 함께 뒷걸음질을 쳤다. 드론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체 훈련과 합동참모본부·각 군 연계 훈련을 합친 드론사 훈련 횟수는 ▲2023년 61회 ▲2024년 265회 ▲지난해 253회 ▲올해 177회로 나타났다. 2024년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세다.


드론사는 2022년 12월 북한이 자행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의 후속 대응책으로 창설됐다. 육·해·공군, 해병대로 구성된 국군 최초의 합동전투부대로 드론을 활용한 감시정찰과 주요 시설 공격 임무 등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진행된 군 개편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 직속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는 11월부터 국방부 직속 국방드론본부로 개편되는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가 최근 2년간 예산 총 114억2000만원을 편성받았으나 이를 한 푼도 활용하지 못하고 전액 반납했다. 연도별 훈련 횟수도 2024년 이후 감소세다. / 그래픽=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월26일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 발표에서 한국형 장거리 자폭무인기(K-LUCAS) 전력화 계획을 공개했다. 당초 2030년대 중반으로 잡혔던 전력화 시기를 신속 개발을 통해 2030년 이전으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K-LUCAS는 미국이 이란제 샤헤드 무인기를 역설계해 이란전에서 실전 투입한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체계 루카스(LUCAS)와 비슷한 개념이다.
당시 안 장관은 '드론사의 국방드론본부 개편이 예산 편성과 권한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권한이 약화되는 게 아니고 (조직과 예산) 규모가 축소되는 것보다 정책적 헤드쿼터 역할을 더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안 장관의 공언과 달리 수년 간 자폭드론 구매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국방드론본부의 내년 예산도 반토막이 났다.

북한, 드론 고도화…유용원 의원 "대응 체계 전면 재정비해야"
드론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과 파병 경험을 바탕으로 드론 전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2020년대 들어 무인기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충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24년 이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무인기 성능시험은 최소 4차례 이상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무인기 관련 시설을 중심으로 추가 성능시험 가능성을 추적 중이다.


북한의 러시아 추가 파병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이 반대급부로 드론 핵심 군사기술 등을 러시아에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우 전쟁 파병 경험과 북·러 군사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이 드론 기술뿐 아니라 현대전 전술과 전자전 대응 능력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무인항공기술 련합체(연합체) 지도 현장에서 "무인무장장비의 인공지능 및 작전능력 고도화는 무력 현대화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2024년 11월 자폭공격형 무인기 성능시험을 참관해서는 "무인무장 장비체계들을 작전 방안들과 교전 원리에 완벽 결합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24년 8월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각종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자폭 무인기들이 모자이크 처리된 모습. / 사진=뉴스1(노동신문)
군 당국은 "북한이 다종의 정찰·자폭용 무인기를 개발 중이며 러시아, 이란 등 친북 국가와의 기술협력 및 서방 국가에 대한 해킹을 통해 무인기 관련 기술을 다각도로 고도화하고 있다"며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인공지능 적용 등 첨단 무인기 기술개발을 강조하고 있어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무인기 기술 발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북한이 무인기를 저비용·고효율의 포화 공격 능력을 갖춘 비대칭 전력이자 적 방공망을 과부하 시킬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 판단해 국가적으로 육성 중"이라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북한은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드론 기술은 물론 현대전 전술과 전자전 대응 능력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반면 우리 군은 조직 개편 혼선과 예산 삭감, 훈련 축소가 겹치면서 드론·대드론 역량이 위축되고 있다"며 "북한 드론이 우리 안보의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온 만큼 국방부는 북한의 자폭드론 등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대드론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실전적인 합동 훈련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등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12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 국정감사 스코어보드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