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정쟁에 책임 규명은 뒷전…맹탕에 그친 축구협회 청문회
여야 첫 질의부터 충돌…협회 운영보다 정쟁에 시간 허비
홍명보 '빵집 면접'·38억 연봉설 부인…감사 결과 불복도 도마
월드컵 부진 원인 규명·제도 개선보다 공방만 남긴 청문회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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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 운영 전반의 문제점을 따져보기 위해 열린 국회 청문회가 정쟁과 소모적인 질의로 흐르며 '맹탕 청문회'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열고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을 상대로 월드컵 부진과 축구협회 운영 문제를 질의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손흥민(LAFC), 이강인(AT 마드리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이른바 '황금세대'를 앞세우고도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2패를 기록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축구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질의가 핵심에서 벗어나거나 정치 공방으로 번지면서 협회 운영의 구조적 문제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첫 질의부터 여야 공방으로 번졌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정부 책임은 없느냐"고 물은 뒤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팀 탈락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대표팀의 실패를 '조직과 인사의 실패'로 규정하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께서 '전직 감독이 무능해서 그렇다, 그것이 내 편 때문에 내 편을 인사해서 그렇다' 이런 말씀은 그 상황에서 적절했느냐"고 묻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대통령님을 끌어들이십니까? 이번 청문회에 충실하게 진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얘기를 하면 안 되느냐"며 강경하게 맞섰다.
대표팀의 경기 운영과 선수 기용을 둘러싼 질의도 이어졌다.
최 의원은 김진규 대표팀 코치에게 지난달 25일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영상을 제시하며 "남아공전에서 손흥민 등등이 출전하지 못한 게 홍 전 감독의 보복 차원이었나"라고 물었다. 김 코치는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최 의원은 "팬들은 손흥민, 이재성이 남아공전 초기에 출전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물었다. 그러자 김 코치는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 왜 졌느냐"고 재차 묻자 김 코치는 "경기하다 보면 이런저런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왜 이겼느냐, 졌느냐를 여기에서 말씀드리기는 조금 불편하다"고 했다.
김 코치는 "이재성, 손흥민이 안 뛰어서 경기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에 최 의원은 "그렇다면 축구 팬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라며 "이런 태도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 축구가 그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도 이 모양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후 청문회에서는 홍 전 감독이 선수단 내 갈등설을 직접 부인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멕시코전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인터뷰하지 말라는 것을 종료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홍 전 감독의 지시에 손흥민, 이재성은 계속 인터뷰를 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홍 전 감독은 "사실과 다르다. 난 선수들에게 인터뷰하라고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의견 충돌이 전혀 없었다"며 "인터뷰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있었지만 팀에 영향을 줄 만큼 큰 격차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홍 전 감독은 "손흥민과 이재성 두 선수가 남아공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전술적인 판단"이라며 "나 역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아쉬웠던 부분이다. 내부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밖에서부터 문제가 안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축구협회의 문체부 감사 결과 불복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 의원은 2024년 문체부 특별감사에서 28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적발돼 문책과 개선 요구를 받았음에도 축구협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정 전 회장을 질타했다. 축구협회는 문체부가 요구한 정 전 회장 중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상태다. 당시 재판부는 2024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했다.
정 전 회장이 "여러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하자 최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우습게 보이느냐"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오늘 답변하는 것도 그렇고, 축구협회가 간이 배 밖에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전 감독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심야 빵집 면접' 논란과 고액 연봉 수령 의혹 등을 모두 부인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홍 전 감독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없던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밤 11시 빵집에서 면접하듯 만난 뒤 별도의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 없이 감독으로 선임됐다"며 "빵집 면접으로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후배 선수나 축구인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홍 전 감독은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생각했다"며 "집 앞에서 만났다는 점 때문에 국민들께서 불투명하게 보실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특혜나 이익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전 감독의 연봉과 관련해 "(프로팀) 감독 시절 15억원대 연봉을 받다가 국가대표 감독으로 오면서 38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는 얘기가 있다"고 질의했다.
홍 전 감독은 "계약상 조항 때문에 액수를 직접 밝힐 수는 없지만 38억원은 절대 아니다"라며 "상호 협의한 금액이고,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 협회가 제시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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