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중부 유럽을 강타하면서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가 나란히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다시 썼다. 수천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온 유럽에 또다시 폭염이 예고됐다. 사진은 지난 3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 근처 공공 분수대에서 한 사람이 폭염 속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로이터=뉴스1
올여름 프랑스 등 서유럽을 강타한 기록적 폭염이 중부 유럽을 강타하며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가 나란히 자국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매체 oe24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3시40분 기준 오스트리아 동부 바트 도이치-알텐부르크의 기온이 섭씨 41.2도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수도 빈에서 기록된 기존 최고기온인 41.0도를 하루 만에 넘어섰다. 오스트리아는 지난달 기상 관측 이래 네 번째로 더운 7월로 기록됐고 폭염은 8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 대비 강수량 부족률이 90%에 달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도 남서부 카메니차 나트 흐로놈에서 41.4도를 기록하며 자국 최고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6월30일 같은 도시에서 기록된 종전 최고기온인 41.3도를 넘어섰다.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다뉴브강 수위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다뉴브강 연안 국가에서는 수력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화물선 운항과 농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 전역은 기록적 폭염으로 인해 평년보다 1300명 이상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유럽 대륙은 평균적으로 다른 대륙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두 배 이상 빠른 온난화…유럽이 더 빨리 뜨거워지는 이유
기록적인 폭염이 서유럽에 이어 중부 유럽을 강타하면서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가 나란히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사진은 지난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폭염에 지친 말에게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7도씩 상승했다. 하지만 유럽은 10년마다 0.56도씩 상승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폭염, 가뭄, 산불, 강 수위 저하 등으로 기후 위기 영향을 특히 더 많이 받고 있다.
지난 5일 기후 관련 전문 매체 게오에 따르면 플로리안 파펜베르거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소장은 "유럽은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이며 그 영향은 이미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거의 전 지역에서 연평균 기온이 높은 현상이 기록되고 있고 2025년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이례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는데 북극권에서 21일 연속으로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더 빨리 뜨거워지는 이유로 ▲육지와 해양의 열 저장 및 방출 능력 차이 ▲대기 순환 패턴과 대기 오염 및 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 ▲지리적 위치 등을 꼽았다.
기록적 폭염이 중부 유럽을 강타하며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가 나란히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사진은 지난 6월(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 도심에서 폭염 속 공공 야외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안개 아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유럽의 날씨는 주로 지표면 10㎞ 상공에서 결정된다. 극지방의 제트 기류는 북반구 서쪽에서 동쪽으로 순환하며 기단을 이동시키는데 최근 몇 년간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비를 동반한 저기압이 서유럽과 동유럽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 대륙 남서부 지역에서 폭염이 더욱 빈번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에피 루시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 연구원은 "여름 폭염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심한 폭염 현상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고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의 이례적인 기온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은 대기질이다. 1980년대 이후 유럽의 대기질은 더욱 엄격해진 대기 오염 규제 덕분에 개선됐고 이는 유럽 시민들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중 유해힌 에어로졸이 감소하면서 태양 복사열의 차단 효과도 크게 감소했다. 대기가 깨끗해지면서 더 많은 태양 복사열이 지구에 도달하고 지표면 근처의 대기는 더 빠르게 데워진 셈이다.

아이슬란드와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북극권에 위치해 있는데 해당 지역은 다른 유럽 지역보다 더 빠르게 온난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빙하나 눈, 얼음 등이 녹으면 암석, 토양, 심해 등 어두운 표면이 드러나게 되는데 어두운 표면은 밝은 표면보다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한다. 때문에 더 빠르고 온도가 높아진다.
기록적 폭염에 말라버린 물줄기…라인·다뉴브·포강 바닥 드러내
프랑스 등 서유럽을 강타한 기록적 폭염이 중부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역대 최고기온이 잇달아 경신되고 있다.사진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독일 신치히에서 아르 강과 라인 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강바닥이 부분적으로 말라붙은 모습. /로이터=뉴스1
유럽 전역에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라인강과 다뉴브강, 포강 등 유럽 주요 하천 수위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독일 저수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라인강 관측소들 중 44%, 다뉴브강 관측소들 중 78% 지역에서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내 운송·산업·농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라인강 수위는 독일과 네덜란드 일부 지역에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독일에서 흑해로 흐르는 다뉴브강 수위도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등 지역에서 3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에 해당 지역 전력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다뉴브강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나치 군함 잔해와 매머드 유해가 모습을 드러낼 정도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강도 연일 수위로 떨어지며 최저 수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배가 운행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면서 물류 수송에 비상이 걸렸고 농작물은 메말라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냉각수 부족으로 출력을 줄이고 관광업도 고사 위기다.

다국적 기후연구단체 세계기후특성 연구진은 "최근 연구를 보면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이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뚜렷한 추세는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기온 상승을 통해 수분 증발을 늘려 가뭄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덥고 건조한 날씨는 가정용·농업용·산업용 물 수요도 함께 끌어올리고 장기간에 걸친 가뭄은 호수 수위까지 떨어뜨려 담수 자원 확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