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미국에서 콘텐츠와 식품·뷰티 사업을 연결하며 한류 팬을 반복 구매 고객으로 만들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더 CJ컵 바이런 넬슨' 대회장에 마련된 K라이프스타일 체험관 '하우스 오브 CJ' 안 비비고 부스를 둘러보며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CJ
K팝 공연장을 찾은 미국 소비자가 귀갓길에 비비고 만두를 사고 올리브영에서 K뷰티 제품을 주문한다. K컬처가 콘텐츠 소비를 넘어 식품과 뷰티 구매로 이어지는 시대. CJ그룹은 미국에서 한류 팬을 반복 구매 고객으로 바꾸고 있다.
10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지난 5월 현장경영을 통해 미국 사업의 주요 현안을 점검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을 시작으로 미네소타 CJ제일제당 식품 미주법인, 캘리포니아 CJ올리브영 등 북미 주요 사업 현장을 차례로 둘러봤다.

현장경영에서는 식품과 콘텐츠, 뷰티 사업을 연계해 북미 시장에서 K라이프스타일을 확산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CJ는 식품·뷰티·스타일·편의 등 수많은 특성을 가진 '라이프 컴퍼니'이므로 원팀(One Team)이 돼 시너지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글로벌 문화·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이다. K콘텐츠의 인기와 맞물려 K푸드와 K뷰티 소비도 빠르게 늘면서 한국 기업들의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과 K푸드의 대미 수출액은 각각 14억5000만달러와 10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5%, 11.3% 증가했다.
콘텐츠로 다진 접점, 식품·뷰티로 확장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KCON JAPAN 2026'에서 비비고 홍보 부스를 열었다. /사진=CJ제일제당
CJ는 KCON을 통해 한류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며 미국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2012년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처음 열린 KCON은 공연뿐 아니라 K푸드와 K뷰티, 패션 등을 함께 소개하는 K컬처 컨벤션으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14개 지역으로 무대를 넓혔으며 누적 관객은 약 235만명에 이른다.
팬덤과의 접점을 확보한 뒤에는 이를 실제 소비로 연결하기 위한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가장 먼저 힘을 실은 분야는 식품이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유통망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비비고를 미국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41%의 1위 브랜드로 키웠다. 이후 냉동식품과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를 앞세워 K베이커리의 외연을 넓혀왔다. 현재 미국 28개 주에서 약 19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법인 매출은 2021년 510억원에서 지난해 1946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초에는 조지아주 게인스빌에 연간 1억개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현지 공급 역량도 강화했다.

식품에 이어 뷰티도 미국 소비자의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와 로스앤젤레스 센추리시티에 미국 1·2호 매장을 열었다. 미국 전용 온라인몰을 론칭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판매 기반을 구축했다. 이달에는 세포라 미국 매장에 K뷰티 큐레이션 매대를 마련해 미국 소비자들과 K뷰티를 연결하는 채널을 넓힌다.
문화와 소비 한 자리에…반복 구매 이끈다
지난 5월 미국 ‘더 CJ컵’ 대회장 내 비비고 컨세션을 찾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CJ그룹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관심을 식품과 뷰티로 잇는 계열사 간 시너지도 본격화하고 있다. K컬처를 브랜드 플랫폼으로 활용해 하나의 소비 흐름을 만드는 전략이다. 이 회장이 올해 첫 해외 현장경영 무대로 더 CJ컵을 택한 것 역시 북미 사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전략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CJ는 지난 5월 더 CJ컵에서 K라이프스타일 통합 체험관 '하우스 오브 CJ'를 운영했다. 전년보다 20% 넓은 공간에 비비고와 올리브영, 뚜레쥬르, SCREENX를 비롯한 K푸드·K뷰티·K콘텐츠를 한데 모아 관람객들이 다양한 브랜드와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했다. 나흘간 대회장을 찾은 관람객은 약 24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너지는 오는 1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KCON LA에서도 이어진다. CJ올리브영은 KCON과 연계한 '올리브영 페스타'를 처음 선보이고,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도 각각 비비고와 뚜레쥬르 부스를 운영한다. K팝 공연을 찾은 팬들이 자연스럽게 K푸드와 K뷰티를 경험하도록 콘텐츠와 소비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K컬처를 둘러싼 경쟁이 팬덤 확보를 넘어 소비 습관을 만드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관심을 꾸준한 소비로 연결하는 구조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다양한 문화와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인 만큼 K컬처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생산과 유통, 판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반복 구매를 이끌어내는 구조를 갖춰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며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K컬처는 소비자를 처음 끌어오는 역할을 하지만 성패는 그 관심을 얼마나 반복 구매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CJ도 계열사별로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를 넘어 콘텐츠와 생산, 유통을 하나의 모델로 연결해 일상적인 소비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략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미국 주류 소비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