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m 높이의 격자형 구조물(그리드) 상단에서는 운반 로봇(BOT)들이 상품이 담긴 전용 상자(토트·Tote)를 작업 구역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로봇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충돌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상단 그리드와 하단 작업장을 중심으로 상품 이동과 집품 작업이 이뤄지는 구조다.
이곳은 롯데쇼핑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의 자동화 물류 시스템(OSP)을 국내 처음 도입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부산 등 영남권 400만 세대 배송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운영된다. 롯데마트는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장보기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물류센터 중심에는 로봇과 AI가 결합된 피킹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AI가 주문 정보를 분석하면 로봇이 해당 상품이 담긴 토트를 작업 공간으로 운반한다. 이후 진공 흡착 방식의 로봇팔(OGRP)이 과자와 음료, 생활용품 등을 주문 상자에 담는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피킹 오류율은 0.03~0.1% 수준이다. 회사 측은 수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비정형 상품을 제외한 상당수 물량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처리된다.
센터 내부에는 영하 25도로 운영되는 냉동 구역이 설치돼 있었다. 냉동 구역에서는 작업자 없이 로봇이 상품 보관과 이동 업무를 수행한다. 작업자는 냉동 구역 외부의 영상 5도 공간에서 검수·포장 작업을 담당한다.
자동화 설비가 모든 작업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크기가 크거나 무겁고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상품은 작업자가 직접 처리한다. 반복 작업은 로봇이 담당하고 선별·검수 업무는 사람이 맡는 방식이다.
센터 전체 근무 인원은 약 300명이다. 이 가운데 피킹과 출하를 담당하는 인력은 약 70명 수준이다. 롯데마트는 자동화 설비와 인력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로봇이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배터리 잔량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로봇은 자동으로 교체 설비로 이동한다. 기존 배터리를 분리하고 새 배터리를 장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이다. 로봇 가동률은 9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AI는 물류 운영 전반에 활용된다. 주문 빈도가 높은 상품은 상단부에, 판매량이 적은 상품은 하단부에 배치된다. 고객이 배송 시간을 지정하면 해당 시간에 맞춰 집품 작업이 진행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판매 대상에서 자동 제외된다.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상품 위치 배치가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롯데마트는 이를 통해 품절과 폐기 물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신선식품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오카도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신선식품은 품절과 재고 관리, 폐기 비용이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품목으로 분류된다. 회사는 AI 기반 수요 예측과 자동화 물류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부산센터는 상품 운영 규모를 확대했다. 기존 점포 배송의 취급 상품 수는 약 2만5000개 수준이었으나 부산센터에서는 최대 3만5000개 상품 운영이 가능하다.
배송 선택 시간도 넓혔다. 고객은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단위로 배송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전용 풀필먼트센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점포 운영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정재우 롯데마트·슈퍼 온라인사업단장은 "온라인 장보기에서 고객 만족을 결정짓는 요소는 신선도와 품절, 배송 시간"이라며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경쟁력과 오카도의 자동화 물류 기술을 결합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수익이 가능한 구조를 고민했다"며 "향후 5년간 센터 가동률을 높이고 6년 차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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