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PB를 세분화하는 전략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마트의 'PL 브랜드 페스타' 포스터 /사진=이마트
대형마트들이 PB를 가격과 상품군별로 세분화하며 장보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로 실속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PB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대형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가성비와 초저가, 프리미엄으로 역할을 나눈 PB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노브랜드와 5K프라이스, 피코크가 각각 다른 소비 수요를 맡는 구조다.

노브랜드는 식품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성비를 책임지는 브랜드다. 2015년 론칭 이후 매출이 약 60배 성장하면서 이마트를 대표하는 PB로 자리 잡았다. 식품과 생활용품 약 1650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270여개 전문점과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SSG닷컴 등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8월 론칭한 5K프라이스는 초저가를 앞세워 1~2인 가구를 공략한다. 장보기 필수 상품을 소용량·소단량으로 기획해 5000원 이하 가격에 선보이며 기존 PB와 차별화를 꾀했다. 현재 360여개 상품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팀다리미와 드라이어 등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노브랜드와 5K프라이스가 가격 중심이라면 피코크는 프리미엄 HMR 수요를 담당한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선보이고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가 많이 찾는 맛집 메뉴를 HMR로 상품화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로 PB를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오늘좋은 과자'를 구매하는 고객의 모습.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는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두 브랜드에 PB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2년 요리하다를 전면 리뉴얼한 데 이어 2023년에는 기존 PB를 통합한 '오늘좋은'을 선보였다. 두 브랜드 모두 지난해 국제 품평회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오늘좋은은 초저가 식품과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장보기 수요를 공략한다. 1000원 이하 PB 상품 수를 2024년 45개에서 지난달 기준 90개까지 늘리며 고물가 시대 실속형 소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상품군도 신선식품, 음료, 과자 중심에서 생활용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요리하다는 프리미엄 HMR을 담당한다. 현재 500여 종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20년 전문 셰프로 구성된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를 출범시키고 2022년에는 PB 전담 조직을 확대하는 등 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해 왔다.

고물가 장기화로 PB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형마트들은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PB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마트의 초저가 PB 5K프라이스 매대. /사진=이마
대형마트들이 PB를 세분화하는 배경에는 계속되는 물가 부담이 자리한다.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PB가 장보기의 주요 선택지로 자리 잡자 가격대와 상품군별로 역할을 나눠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양사의 PB 판매 상위 품목에는 반복 구매가 많은 생필품과 식재료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 5K프라이스의 두부·콩나물과 롯데마트 '오늘좋은' 1등급 우유, 숨결통식빵 등이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커지는 수요와 맞물려 브랜드 단위의 마케팅 역시 강화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PL 브랜드 페스타'와 'PB 페스타'를 열고 각 브랜드의 대표 상품과 신상품을 한데 선보이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PB를 하나의 브랜드로 육성하고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략의 성과는 실적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20.2%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올해 1~5월 P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2% 늘었다. 고물가와 소비 양극화 속에서 가격과 품질을 세분화한 PB 전략이 대형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형마트들의 PB 포트폴리오 전략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의 PB 매출 비중이 20~3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대형마트의 PB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러 성장 여력이 크다는 평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무조건 저렴한 상품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자신이 원하는 품질을 갖춘 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선진국일수록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 PB 비중이 높은 만큼 유통업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PB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