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가 독자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이마트의 노브랜드가 대표 사례로 지목된다. 몽골 이마트의 노브랜드 코너에서 현지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PB가 채널을 넘어 독자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국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보폭을 확대하고 있고 피코크는 차별화된 상품을 기반으로 소비의 이유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경험을 보고 PB를 선택하면서 유통사들의 전략도 '파는 것'에서 '키우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지난 3월 태국 방콕의 랜드마크 쇼핑몰 '센트럴 방나'에 1호점을 열었다. 국내 유통기업이 태국에 단독 매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매장은 노브랜드 상품 400여개를 포함해 약 1500개의 한국 상품을 운영한다. 전체 상품 2300여개의 65%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라오스에 첫 전문점을 연 노브랜드는 현재 4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라오스 1호점에서 스낵류 판매 비중이 높게 나타나자 4호점에서는 관련 진열 공간을 두 배로 늘리는 등 현지 수요에 맞춰 상품 구성을 강화했다. 라오스와 태국에 이어 몽골에서도 이마트를 통해 확인된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내 3개의 전문점을 열 계획이다.


이처럼 노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기반에는 국내에서 쌓아온 브랜드 경쟁력이 자리한다. 2015년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콘셉트로 출발한 노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내세워 성장했다. 2019년에는 특허법원으로부터 독자적인 식별력을 갖춘 상표로 인정받으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노브랜드는 현재 식품과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1650여종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첫 전문점인 용인보라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270여개의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SSG닷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며 근거리 소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품 경쟁력과 판매망 확대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노브랜드는 론칭 첫해인 2015년 매출 234억원으로 출발해 5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출범 10년이 되던 2025년 매출은 론칭 첫해 대비 약 60배 성장했다. 올해 1분기 총매출과 순매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 수준의 신장률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의 피코크 매대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이처럼 PB를 독자적인 브랜드로 육성하는 전략은 노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3년 론칭한 이마트의 프리미엄 HMR 브랜드 피코크 역시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전문 셰프진으로 구성된 '비밀연구소'를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하며 단순한 간편식이 아닌 외식 경험을 집에서도 구현하는 프리미엄 HMR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피코크는 국물류와 밀키트, 냉동식품, 디저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상품군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경북 영덕 대게·남해 마늘·완도 전복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많이 찾는 맛집 메뉴를 HMR로 구현하는 등 PB만의 경험 가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저렴한 간편식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피코크라서 사는' 소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PB 전략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제조사 브랜드를 대체하는 저가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먼저 찾는 브랜드를 직접 기획·육성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닐슨 아이큐(NielsenIQ)의 '2025 PB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약 77%는 PB 상품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B가 저렴한 대안이 아니라 믿고 선택하는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B는 더 이상 저가 상품이 아니라 유통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됐다"며 "고객이 PB를 보고 매장을 찾거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차별화된 PB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B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PB가 저렴한 가격 자체가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까지 갖춘 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유통업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PB를 하나의 브랜드로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늘면서 앞으로도 PB 시장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