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경쟁력이 접근성과 입지에서 자체브랜드(PB)로 옮겨가고 있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PB제품인 세븐셀렉트 숨결통식빵 잠실 롯데월드몰 팝업 스토어 현장. /사진=세븐일레븐
편의점 자체브랜드(PB)가 저가 대체재를 넘어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콘텐츠로 부상했다. 트렌드를 가장 먼저 상품화하며 소비자가 일부러 찾는 편의점을 만드는 역할이다. 연세우유 크림빵과 혜자로운 시리즈, 두쫀쿠(두바이초콜릿 쫀득쿠키) 등 히트상품이 잇따라 탄생하면서 PB가 편의점의 정체성과 집객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3사는 최근 PB를 차별화 전략의 중심축으로 키우고 있다. PB 매출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GS25의 PB 매출 비중은 2024년 29.1%에서 지난해 30.0%, 올해 1~5월 30.2%로 높아졌다. CU도 같은 기간 27.3%에서 28.0%, 29.5%로 확대됐다. 판매 실적도 성장세다. CU의 PB 매출은 2024년 21.8%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년 대비 세븐일레븐 PB 매출 역시 지난해 약 30%, 올해 상반기에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편의점 PB가 대형마트나 이커머스와 다른 점은 '속도'와 '트렌드'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가 우유·계란·생필품 등 장보기 상품 중심으로 PB를 확대하는 반면 편의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상품을 가장 먼저 상품화한다.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짧게는 1주, 길어도 3주를 넘기지 않는다. 유행을 가장 먼저 상품으로 만들고 소비자 반응을 즉시 확인하는 것이 편의점 PB의 경쟁력이다.
일본에 진출한 GS리테일의 PB 상품들. /사진=GS25
편의점 PB는 트렌드를 가장 먼저 담아내는 창구가 되고 있다.
GS25는 팬덤과 지식재산권(IP)을 PB에 접목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혜자로운 시리즈를 비롯해 플레이브, 쯔양, 몬치치, 흑백요리사 협업 상품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화제성을 키웠다. 일부 상품은 출시 직후 품절이 이어졌고 팬덤 소비가 더해지며 밀리언셀러로 성장했다. 대표 PB인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넘어섰고 초저가 PB '리얼프라이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93.7%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0% 이상 늘었다.


CU는 연세우유 크림빵을 시작으로 두바이초콜릿, 밤 티라미수, 수건케이크, 두쫀쿠, 버터떡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디저트 시장을 키웠다. 연세우유 크림빵은 출시 4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고 이후 매년 2000만개 이상 판매되는 대표 PB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나의 히트상품을 넘어 다른 편의점과 베이커리 업계까지 유사 상품 출시를 이끌 정도로 영향력을 키웠다. CU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고 올해도 6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도 PB를 차별화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롯데 계열사와 공동 개발한 '세븐셀렉트 숨결통식빵'은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했고 허니바나나 HBM칩과 요구르트맛젤리, 숏다리오잉, 대파열라면 등 협업·단독 상품도 잇달아 흥행했다. 세븐일레븐은 프리미엄 PB와 가성비 PB를 함께 키우는 투트랙 전략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CU가 지난 5월 새롭게 선보인 PB 브랜드 PBICK(피빅) 제품들. /사진=CU
인기 PB는 소비자의 편의점 이용 방식도 바꾸고 있다. 한정 수량으로 출시되는 협업 상품이나 단독 상품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품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으로 재고를 확인하거나 예약 구매한 뒤 매장을 방문한다. 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워 들르던 편의점이 원하는 상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찾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PB의 역할 변화를 꼽는다. 과거에는 제조사 브랜드(NB)를 대체하는 저가 상품이 PB의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차별화 상품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집객 수단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상품보다 새로운 경험과 화제성을 제공하는 상품이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이 소매 채널을 넘어 소비자와 가장 빠르게 만나는 소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매장 공간이 좁은 만큼 상품 기획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비자에게 '들어가면 새로운 상품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편의점은 프리미엄 PB와 트렌드 상품을 앞세워 유행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가까워서 가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찾는 목적지로 진화하면서 K편의점 자체가 글로벌 관광객들이 찾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