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조중연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 사이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올림픽 예선 및 A매치 평가전 등 7경기 때 외국인 심판진과 경기 감독관 10여 명을 상대로 성 접대를 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미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에서 이런 정황이 드러났지만, 오랫동안 묻혔다가 지난 6일 언론 보도로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축구협회가 법인카드로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 등의 비용을 결제하고 '심판 마사지' 등으로 항목을 위장해 부회장 등의 결재를 받아 정산한 사실이 문건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은 성 접대를 받은 외국인 심판이 관장한 경기에서 쿠웨이트 등을 상대로 5승 2무의 무패 행진을 계속했다. 특히 주요 대회 본선 진출이 걸린 예선 경기에선 2승 1무의 성적을 거뒀다.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오만전을 2-0으로, 카타르전을 0-0으로 각각 마치면서 최종 전적 3승 3무로 본선에 오른 당시 홍명보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은 런던에서 동메달을 땄다.
물론 이런 성적 자체를 성접대와 연결해 단정할 수는 없다. 당시 대표팀의 객관적 전력과 선수들의 기량, 팀워크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거둘수 있는 성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는 이변이 속출하는 스포츠이고, 심판의 공정성은 경기 결과에 대한 신뢰를 떠받치는 절대적 전제다. 그 심판에게 경기를 전후로 부적절한 향응을 제공했다면 실제 판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별개로 경기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성 접대 의혹은 이미 전 세계에 보도돼 스포츠의 근간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한 사건으로 비난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공들여 쌓아온 소중한 성과가 폄훼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자칫 2012년 런던올림픽의 동메달은 물론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의 4강 신화도 구설에 오를 수 있다. 행여나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다.
이제 축구협회는 경기장 안팎의 행정 논란에 이어 대내외적인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해체 수준의 과감한 자정과 개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국내외에서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오래전의 일이다''몰랐다'는 말로 변명하기엔 사안이 너무도 심각하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색출 및 인적 쇄신, 그리고 뼈를 깎는 자정과 개혁이다. 아울러 2016년 문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성 접대 정황이 그동안 묻힌 경위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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