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은 노란봉투법의 노동 쟁의 대상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명확한 쟁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대통령 주문에 따라 기존의 해석 지침에 추가 사례 등을 넣어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침의 경우 시행령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번에는 대통령이 재차 시행령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당초 이 대통령은 호남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 삼성전자 노조가 직원의 전보 가능성을 들어 "노사 협상 대상"이라고 주장한 것을 놓고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다"며 노동부에 명확하게 기준을 정하라고 한 것이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으로 보는 노란봉투법의 기준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15%'를 배분하라고 요구하자 경영상 판단에 노조 쟁의권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놓고 거센 논쟁이 벌어졌다.
노동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노란봉투법에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한다'는 위임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법률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같은 문제를 거듭 지적하고 노동부가 그제야 시행령 마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노란봉투법이 초래한 혼란상을 보여준다. 노동부는 앞서 합병·매각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에 따른 정리해고와 재배치 등 근로조건 변화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의 상당수가 근로조건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경영상 판단 자체가 사실상 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비단 쟁의 대상뿐이 아니다. 이른바 '진짜 사장'을 가린다는 사용자성 문제도 비슷하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사람도 사용자로 본다. 그러나 실질적·구체적이라는 추상적 기준의 모호함이 분쟁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 판단 신청만 450여건이라고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만에 대통령까지 나서 잇따라 보완책을 지시한 것은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 시행령이 마련될 경우 당장의 혼란이 일부 해소될 수는 있겠지만, 법의 빈틈까지 온전히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 향후 예상되는 모든 노사 갈등을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예고됐던 혼선을 법 시행 뒤에야 수습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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