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구 전문가들이 2023년 0.72명으로 바닥을 찍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명까지 반등한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2024년 초부터 대폭 강화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거 지원제도를 꼽는다. 경기 고양시 차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는 모습. / 사진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신혼부부의 '결혼 페널티'를 없애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22개 과제를 콕 집어 지목했다. 결혼해 합산소득이 늘면 정책 대출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청약·세제 혜택이 줄어 결혼을 꺼리는 일이 없도록 관련 제도들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신혼부부들이 결혼식을 치르고도 내 집 장만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른바 '위장 미혼' 관행을 극복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8일 "청년들이 국가 정책으로 결혼을 망설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면서 '청년들의 목소리로 찾은 결혼 페널티 22개'라는 글을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올렸다. 대출과 관련해선 결혼 후 부부 양쪽의 소득이 더해지면서 디딤돌, 보금자리론, 버팀목 전세자금 등의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는 문제가 개선과제로 꼽혔다. 집을 소유한 적 있는 배우자와 무주택자가 결혼했을 때 생애 최초 대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청년층의 불만이 큰 사안이었다.


아파트에 청약할 때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이 되려면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요건을 맞춰야 하다보니, 아이를 낳을 때까지 최대한 혼인신고를 미루는 문제도 제기됐다. 아파트 공공분양을 받을 때 혼인 기간이 길수록 신혼부부 가점이 낮아지는 것도 청년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12억 원 이하 주택을 생애 처음 살 경우 취득세를 300만 원까지 감면해주는데, 배우자가 집을 소유한 적이 있으면 혜택을 주지 않는 등 세제와 관련해서도 청년들이 불합리하게 느끼는 요소가 여럿이다.

결혼과 혼인신고가 내 집 마련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건 청년층에겐 이미 일반 상식이나 마찬가지다. 결혼 후 1년을 넘겨 혼인신고를 한 신혼부부 비중이 2020년 12.8%에서 지난해 19.6%로 높아진 이유 중 하나로 '결혼 페널티'가 꼽힌다. 반면 청년층의 니즈를 제대로 짚은 주거지원 방안은 결혼 건수,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많은 인구 전문가들이 2023년 0.72명으로 저점을 찍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5명, 2025년 0.8명으로 반등한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2024년 초부터 문턱은 낮추고, 대출액은 늘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거 지원제도 강화를 든다.

내 집 마련 등 주거 문제 해결은 청년층의 가장 큰 관심사일 뿐 아니라,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다. 올해 2월 "(결혼 페널티를) 반드치 찾아내 고쳐야 한다"고 지시했던 이 대통령이 구체적 개선과제를 하나하나 짚어 제시할 때까지 정부 관계 부처들이 효과적인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 답답할 뿐이다. 우리 청년세대가 결혼을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할 힘든 선택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삶의 수준이 한 계단 도약하는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련한 모든 제도를 기초부터 꼼꼼하게 손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