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1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 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 1

더불어민주당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의 단기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자"고 제안해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황 의원이 해당 글을 2시간 만에 삭제하고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년들이 마주한 주거 절벽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여당 중진으로서 결코 내놓을 수 없는 극히 황당하고 모욕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3선인 황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 보트하우스가 즐비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우리도 폐기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을 위한 임시 주거 시설로 활용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으로 잡아도 1만 세대를 공급하는 데 총 5000억원 수준"이라며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택을 마련하기 전 단계까지 임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온라인상에서는 "자신은 아파트에 살면서 청년들은 버려진 버스에서 살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의원 재산신고 목록에 따르면 황 의원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를 임차해 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청년이 난민인가", "의원님부터 들어가서 사시라", "세금 말고 의원님 재산으로 만들면 인정해 드리겠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또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버스 하우스' 관련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도 SNS 등을 통해 확산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공세를 퍼부었고, 민주당은 "개인적 의견"이라며 사과하는 등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청년들의 주거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 가운데 거주 주택 보유 비율은 지난해 27.7%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에는 40.1%였으나 2020년 39.1%로 40% 선이 무너진 데 이어 5년 만에 30% 선마저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 버스 주택' 운운하며 정책 빈곤을 드러냈으니 청년들의 분노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이번 폐버스 논란은 정책 입안자들이 청년들의 현실을 얼마나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청년 주거 정책은 늘 공급 물량 채우기식 실적주의에 갇혀 실패를 반복해 왔다. 민주당은 황 의원 발언에 쏟아진 따끔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임기응변식 아이디어로 청년들의 눈을 가리려 하지 말고 도심 내 유휴 부지 활용, 역세권 공공임대 확대, 실질적인 주거비 지원 등 근본적이고 실행 가능한 주거 대책을 수립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