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러시아·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단거리 전술핵의 역할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정밀유도무기와 방공 자산 소모도 심각한 수준이다. 확장억제 전략이 변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미국의 군사적 여력에도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한국은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동맹의 현실적 한계까지 따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의 무기 부족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급격히 줄면서 주한미군 등이 보유한 미사일 수백 발이 중동으로 차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공 전력 철수로 주한미군의 대북 대비 태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패트리엇뿐 아니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 미사일도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트리엇 등 주요 무기는 단기간에 재고를 회복하기 어렵다. 미국의 군사력이 여전히 압도적이라 해도 무한하지는 않다.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증원 전력의 규모와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술핵 비중 확대는 중대한 변수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최근 비공개 연설에서 미국에 '합리적인 핵 옵션'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NBC방송도 미 국방부가 전술핵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핵전략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술핵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재배치는 북한의 반발과 중국의 강경 대응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 당시의 외교·경제적 파장을 감안하면 군사적 실익뿐 아니라 외교적 비용, 우발적 충돌 위험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를 찬반 구호로 다룰 것이 아니라 모든 억제 옵션의 비용과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미 핵협의그룹을 실질적 핵억제 협의체로 발전시켜 한국의 안보 이익과 판단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될 경우 한반도 방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 협의 장치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자강 능력을 키우는 일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천궁-Ⅱ 전력화 확대와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개발·배치를 서둘러 독자적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동맹의 힘은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미국의 무기 재고, 전력 이동, 증원 계획, 탄약 운용에 관한 정보를 평시부터 정확히 공유해야 위기 때 같은 그림을 보고 움직일 수 있다. 확장억제의 기반은 핵우산 자체만이 아니라 신뢰와 소통,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자강 능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술핵을 둘러싼 정쟁이 아니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한미 공조를 정교화하고, 미국의 전력 공백에도 흔들리지 않을 통합적 안보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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