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결혼을 앞둔 30대 초반의 K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정보통'이라는 친구가 추천해준 종목에 결혼자금을 투자했는데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K씨는 "결혼자금이 부족해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했는데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어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조기퇴직을 앞둔 40대 후반의 L씨는 2년 전 가입한 연금저축상품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율에 소득공제까지 받을 수 있어 가입했는데 문제는 10년이라는 납입 기간. 앞으로 고정적인 소득이 없어지면 어떻게 납부해야 할지 막막하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금융상품이라도 자신의 재무상황과 투자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어렵다. '행복 100세'를 꿈꾸는 시대에는 자산관리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다져가야 한다.
"만기된 적금, 어디 투자할까요?" "좋은 펀드 하나 추천해주세요"
단기간에 돈을 굴려 가능한 최고의 수익을 기대하는 이러한 관점을 흔히 '재테크'라고 한다. 재무 테크놀로지(財+Technology)를 줄여 이르는 말이다.
재테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K씨나 L씨처럼 뚜렷한 목적 없이 재무 상황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익만 쫓다보면 오히려 효율적인 투자에서 멀어질 수 있다. 멀리 내다보고 체계적인 계획이 뒷받침되는 재무설계가 강조되는 이유다.
재무설계(Personal Financial Planning)는 원하는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이른다. 자금 계획 뿐 아니라 인생 전반을 미리 그려보고 생애 단계별 목표에 따른 구체적인 준비를 도와준다.
즉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잘 끌어갈 수 있도록 목적지와 여행계획, 여행비용 등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재무설계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연령에 따른 재무설계는 일반적으로 은퇴 전과 은퇴 이후로 나눠 고려한다.
은퇴 이전까지의 재무설계를 할 때는 생애 구체적인 이벤트를 중심으로 한다. 대략적인 결혼 시기와 자녀 계획, 주택마련 시기와 필요 자금 예측 등이 취업 이후부터 은퇴 이전까지 재무설계에서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사안들이다.
은퇴 이후 준비는 자신이 바라는 노후 생활이 어떤 모습인지 그려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전원에서 소박한 노후를 보낼 것인지 아니면 정기적인 해외여행을 하고 문화생활을 만끽하는 여유로운 노후를 꿈꾸는지 여부에 따라 노후비용도 현격하게 달라진다. 의료비나 부동산 등 자산 운용계획도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재무설계는 자산이 많든 적든, 어떠한 연령대든 자산관리를 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 무슨 일이든 뚜렷한 목적과 동기 의식을 가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크다. 투자에 대한 자세가 바뀌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투자방식을 선택하는 우를 방지해준다.
신뢰할 만한 전문가와 함께 종합적인 재무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원하는 인생 여행을 아름답게 그려나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의미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