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촬영장에 거대한 카메라가 사라졌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 두편이 화제다. 박찬욱 감독의 아이폰 영화 <파란만장>과 김대우 감독의 갤럭시S 영화 <우유시대>가 그 주인공.
박찬욱 감독의 <파란만장>은 영화의 전 장면을 아이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지며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경쟁부문에 초청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아 갤럭시S로 촬영한 <우유시대>는 영화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이 맡아 촬영한 영화로 갤럭시S와 갤럭시탭 등에서 볼 수 있다. T스토어 등에서 다운로드만 350만건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 행진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예술 하는 세상. 아이폰과 갤럭시S 영화에 직접 참여한 스태프로부터 촬영 후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이미 아이폰은 영화계 깊숙이 들어와 있어요.” -아이폰 영화 <파란만장> 주성림 촬영감독
“이 작품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한마디로 설렜어요. 저는 영화를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매일 손에서 만지작거리던 휴대폰으로 영화를 찍는다니 ‘아 더 재밌게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폰 영화 <파란만장>에서 직접 아이폰을 들고 촬영을 맡았던 주성림 촬영 감독. 그는 "배우부터 감독까지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실 커다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면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텝의 눈이 배우에게 집중되고 배우는 알게 모르게 긴장하게 되죠. 하지만 아이폰은 배우들이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으니까 현장 분위기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고 할까요.”
실제로 그는 아이폰 영화 촬영의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꼽았다. 영화라는 환상인지,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화면의 느낌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다는 것. 예산 비용도 확 줄였다. 거대한 카메라의 부담에서 벗어나 손쉽게 ‘멀티 카메라’ 효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메인 카메라는 3대인데, 감독도 스텝도 모두 아이폰을 꺼내놓고 있으니까 배우들이 어디를 보고 연기해야 할지 몰라 헷갈리기도 했죠. 편집 때도 유용했어요. 메인 카메라에 원하는 장면이 없었는데 박 감독님이 휴대폰을 만지시더니 쓸만한 장면을 금방 찾기도 하셨죠.”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아이폰은 휴대폰 카메라치곤 화질이며 색감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기존 상업 영화와 비교하자면 영화 특유의 조명과 색감을 살리거나, 필름 룩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 감독은 촬영하면서 ‘올모스트 DSLR’이라는 앱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고 귀띔한다. 조명이나 빛의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화면의 차이가 큰 아이폰의 특성을 ‘수동 카메라’ 형식으로 바꿔 일정하게 화면을 맞춰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앱이나 액세서리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영화필름의 느낌을 내는 거였어요. 그래서 아이폰에 일반 DSLR렌즈를 장착했어요. 테스트도 많이 거치고 제가 직접 장비를 제작할 만큼 공을 많이 들였는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아요. 묘하게 영화 필름의 느낌이 묻어나면서도 아이폰이라는 작은 카메라가 주는 독특한 느낌이 있거든요.”
예전에는 불가능한 촬영이 가능해진 장면 역시 적지 않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중장면 역시 아이폰으로 촬영한 것.
“어떻게 보면 프로 영화인뿐 아니라 영화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획기적인 변화에요. 예전에는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에서 멀티카메라나 수중촬영은 비용 측면에서도 그렇고 불가능했다면, 지금은 손쉽게 가능하잖아요.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굉장히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할까.”
그는 지금도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아이폰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전한다. 사극이 아닌 현대 시대를 다룬 영화에서는 휴대폰 영상통화라든지 CCTV 장면 등 실제로 아이폰 촬영이 활용될 곳이 많다. 굳이 직접 촬영이 아니어도 장소 헌팅이나 후반 작업 등 아이폰을 실제로 영화 작업에 활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영화뿐 아니라 어떤 예술 분야든, 아이폰은 이미 다양한 전문 앱들이 많이 나와있는 편이에요. 물론 앞으로 영화전문 카메라 앱이라든지 다양한 액세서리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지만요. 어쨌든 실제로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낀 건 스마트폰은 영화뿐 아니라 각 전문분야에 따라 굉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확인한 거죠.”
◆“갤럭시S 영화, 더 아날로그적이에요.” -<우유시대>의 박대희 PD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휴대폰을 앞에 두고 연기하면서 ‘장난하는 거 아냐?’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런데 오히려 현장 분위기는 더 좋았어요. 감독도 배우도 진지했고 오히려 결과물은 아날로그 느낌이 더 살아난 거 같아요.”
<우유시대>의 제작을 맡은 박대희 PD. 그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작업 방식은 디지털화 되지만 느낌은 오히려 더 아날로그로 진화해가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유시대는 청춘남녀의 마음을 소소하고 잔잔하게 잡아내 호평 받고 있는 영화. 그런데 이러한 섬세한 심리를 표현하는 데 갤럭시S의 작은 카메라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영화를 찍을 때는 다양한 앵글을 위해 다양한 카메라 장비들이 활용되잖아요. 그런면에서 갤럭시S는 앵글이 한정될 수 밖에 없으니까 한계가 있죠. 하지만 오히려 카메라로는 못찍는 장면들을 담았던 것도 많아요. 크기가 작으니까 섬세한 감정 묘사라든지, 지퍼백에 휴대폰을 넣고 촬영해서 더 따뜻한 느낌을 살린다든지 고민할수록 새로운 방법이 나오더라고요.”
물론 모니터링을 비롯해 촬영 중간중간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영화를 찍을 때의 새로운 재미. 편집할 때 프레임이 각기 달라 산만한 느낌이 들었던 것을 일정하게 조절하기 위해 전용 앱을 활용하는 게 필수. 또 색감 살리기 등 영화 기술적인 부분의 보완을 위해 고군분투 했던 것이 모두 소중한 추억이자 경험이 됐다.
“예를 들어 작은 휴대폰으로 영화를 촬영한 뒤 이를 모니터링 해야 하는데, 갤럭시S에는 아직 TV아웃 기능이 없어요. 부분적으로 몇 단계를 거쳐 다른 도구의 도움을 받아야 했어요. 아직까지는 영화를 찍는데 더욱 활용할만한 앱이나 액세서리가 완벽하게 갖추어 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를 기대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 변화의 시작’ 이라는 데 의미가 크죠.”
그는 갤럭시S로 진행된 이번 영화 촬영을 ‘캠코더가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유명 감독도 캠코더가 처음 나온 시대에 캠코더를 갖고 장난처럼 영화를 시작했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른다.
“아직은 한계가 있지만 누구나 손쉽게 영화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영화를 찍을 수 있죠. 한 발 앞서 시작한 아이폰과 비교하자면 갤럭시S 등 국내 스마트폰의 앱은 아직 전문가들에게는 부족한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또 기술적인 부분이야 금방 따라잡을 수 있고요. ‘기술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을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더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