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1일 일본 동북부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원전 폭발 사태까지 일어나자 이와 관련한 국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
실제로 이번 사태가 있은 후 지진 및 원전과 관련한 일부 기업들의 주가가 단기간 크게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오히려 주가가 크게 떨어진 기업들도 있다.
이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단순히 관련주라는 말에 현혹돼 무리하게 추격매수를 하면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형성된 테마와 업종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일본 기업을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오드 테마주 '있긴 있는 건가'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가 있은 후 방사능 치료 관련주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흔히 요오드 테마주로 불리고 있으며 대표적인 종목이 대정화금, 유나이티드제약, 대봉엘에스 등이다.
다만 이 종목들이 실질적인 수혜주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요오드화칼륨 원료생산업체인 대정화금을 제외하면 국내에는 요오드화칼륨 완제 생산업체가 없다"며 "일반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제품도 없으므로 실질적인 수혜주는 없는 셈이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유나이티드제약의 경우 2001년 요오드화칼륨 제품허가를 받았지만 수요 부족으로 2006년 허가를 자진취하 했다"며 "하지만 비상사태 발생 시 정부가 긴급 재허가를 내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수혜주로 언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봉엘에스는 방사선 치료 보조제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주가 움직임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3월11일 대비 23일 현재 주가 등락율을 조사한 결과 대정화금은 14.48% 주가가 올랐다.
유나이티드제약 역시 3.10% 올랐지만, 대봉엘에스는 -5.70% 떨어져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유한, 파루, 오공 등 위생용품 생산업체와 전염병 치료제 및 백신 등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이 일본 사태와 관련된 주요 기업들로 주목받고 있다.
▶내진 관련주 '상반된 주가 등락률'
내진 관련주도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 일본 지진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국내 공공시설물에 대해 내진설계기준을 크게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진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삼영엠텍, AJS, KT서브마린, 유니슨 등이 관련 종목들이다. 이들 중 AJS의 주가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다. 11일 1690원이었던 주가가 23일 2070원까지 치솟으며 22.49%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
AJS는 신축성과 팽창성이 높아 내진설계에 적합한 조인트를 개발한 기업이다. 같은 기간 삼영엠텍 주가는 4.60% 올랐다. 이 회사는 교량에 소요되는 구조재 및 내진용 받침을 생산한다.
반면 해저 특수케이블 및 시설물 설치 작업 등을 하고 있는 KT서브마린과 내진용 교량받침 생산업체인 유니슨하이테크를 자회사로 둔 유니슨의 주가는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 KT서브마린은 -9.91%, 유니슨은 무려 -17.69%의 주가 등락률을 기록했다.
▶복구 관련주 '시멘트주의 약진'
시멘트 기업들도 일본 수혜주로 언급되고 있으며 실제 일부 종목들은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피해 복구과정에서 시멘트 수요가 크게 늘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동양시멘트로 11일 대비 23일 현재 26.65% 주가가 올랐다. 쌍용양회와 현대시멘트는 각각 22.35%와 18.10% 주가가 올라 수혜주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유진기업은 2.92% 소폭 주가가 올랐으며, 성신양회는 -4.31%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철강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철강 관련주들도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 관련주 '최고 수혜주로 급부상'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최고의 수혜주는 에너지 관련주라는 분석도 있다. 주목받는 에너지 관련 기업은 삼영화학, 신성홀딩스, 후성, OCI, 웅진에너지, 오성엘에스티, 태웅 등이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전리스크로 인해 재생에너지,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의 수요가 늘 것"이라며 "특히 풍력은 재생에너지 중 가장 직접적인 수혜업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태웅, 후성, 삼영화학을 글로벌 전력수급의 변화기조로 인한 수혜주로 추천했다.
에너지 관련주 중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삼영화학으로 14.8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OCI(12.61%), 신성홀딩스(12.37%), 후성(12.05%), 웅진에너지(11.33%) 등도 10% 넘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IT 부품 및 소재업체 '장기적으로 호재'
국내 IT 부품 및 소재업체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대지진 후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로 IT업종의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 수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지질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세트 업체들이 IT부품, 소재, 장비분야의 공급처를 일본 외의 업체들로 다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과 LG그룹은 일본업체와 경합 강도가 크거나 일본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부품 등에 대해 국산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혜가 예상되는 중소업체로는 에이스디지텍(편광필름), 삼화콘덴서(적층세라믹콘덴서), 동부하이텍(비메모리 반도체), 엠케이전자(본드와이어), 케이씨텍(세리아 슬러리), 에스앤에스택(블랭크 마스크), 에스에프에이(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 장비) 등이다. 아울러 삼성전기, 삼성SDI, LG이노텍 등 대기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또 일본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나면서 동원수산, 한성기업 등 수산주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성기업의 주가등락율은 3.77%, 동원수산은 -32.51%로 극과극의 추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 이 처럼 일본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지만 테마나 업종·종목 별로 주가 움직임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옥석을 가리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지진 관련주가 롱텀할 것으로 보이진 않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한다"며 "상대적으로 원전 수혜주는 각 국가의 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롱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신재생 및 대체에너지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관련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철강, 정유 IT업종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전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 기업들과 실질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봉원길 대신증권 스몰캡 팀장은 일본 사태로 인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는 국내 기업이 생각보다 많진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봉 팀장은 "실적에 대한 확신이 아닌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정말 그 기업이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실제로 최근 언급되는 일본 수혜주 중 일주일 동안 오른 주가가 단 이틀 만에 모두 빠진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막연하게 관련 기업으로 접근해 투자해선 안 된다. 일본 기업과 실질적인 대체제 관계가 형성돼 있는 지가 중요하다"며 "테마주라고 해도 관련 기업이 아닌 개별 기업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사태에 투자기조 흔들리지 말라"
일본에서 사상 초유의 대지진과 원전 폭발 사태가 발생했지만 국내 증시는 우려와 달리 회복세가 빨랐다. 사고가 처음 발생했던 3월11일 코스피지수 1955로 마감한 데 이어 18일까지 1900선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21일 2003으로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24일 2036까지 오르며 국내 증시의 건실함을 확인시켰다.
증시전문가들도 국내증시가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본 리스크로 인해 투자기조가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은 불안함이 채 가시지 않은 구간이겠지만, 저점은 이미 찍었고 우상향하는 흐름에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괜찮고 미국 경기선행지수도 반전하고 있다. 중국 역시 그동안 유지했던 강한 긴축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의 실적도 지난 4분기와 1분기 바닥을 형성한 뒤 올라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3분기까지 2400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3분기 강세가 예상되므로 주식을 조금씩 늘릴 것을 권한다. 지수가 다시 1900선으로 떨어졌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매수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향후 증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 팀장은 "여전히 유가나 중동리스크에 대한 불안 요인이 남아있어 강한 상승은 어렵겠지만, 지진으로 인한 펀더멘털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엔화 강세 현상도 국내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기조가 흔들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