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이라 하면 보통 영양제나 감기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젠 현대인들의 최고 기호식품인 커피도 작은 캡슐로 즐길수 있는 시대가 됐다. 포션 커피(Portion Coffee)로도 불리는 캡슐커피는 진공된 포장에 커피 한잔의 원두가 들어있어 간단한 조작으로 커피 전문점에서 추출한 커피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커피가 산화될 염려없이 갓 볶은 커피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 캡슐커피의 가장 큰 매력. 아직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선 이미 최고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 캡슐 커피 붐을 주도한 이는 로스 가타(Ross Gatta) 네스프레소 한국지사장이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네스프레소 한국지사에서 기자와 만난 로스가타 지사장은 가장 먼저 커피부터 권했다.
16가지 캡슐을 보니 뭘 골라 마셔야 할지 망설여진다. 로스 가타 사장이 설명을 시작했다. "색깔이 진할 수록 맛이 강합니다. 개인적으로 맛이 깊고 진한 검은색 '아르페지오'를 가장 좋아하죠." 캡슐 하나를 골라 네스프레소 전용 머신에 넣으니 10초 남짓 지나자 신선한 커피가 추출돼 나왔다. 고소한 커피향과 함께 인터뷰가 시작됐다.
◆커피 애호가에게 적격, 캡슐커피
로스 가타 사장은 굉장한 커피애호가다. 한 직원의 말에 따르면 커피가 좋아 스위스 네슬레 본사에서 네스프레소 지사장직을 자원했다. 그는 하루 평균 6~7잔의 커피를 마신다.
오전에는 우유를 넣은 라테로, 오후에는 에스프레소를 서너잔 들이켠다. 저녁에도 커피는 빠질 수 없다. 디카페인커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이런 그지만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한다.
그렇다보니 캡슐커피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캡슐커피는 1976년 스위스의 커피회사 네스프레소가 처음 개발했으며, 국내에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소개됐다. 국제적으로 8년 연속 30%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에선 이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단기간에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캡슐커피시장이 됐다.
"한국을 방문한 친구들이 신기해하는 게 있습니다. 골목을 지날 때마다 새로운 커피매장이 보인다고요. 그 정도로 한국의 커피 사랑은 남다릅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더 좋은 커피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죠."
로스 가타 사장은 한국의 커피 사랑의 단면으로 '커피껌'을 들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커피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표현하기 위해 스위스의 네스프레소 본사 직원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는 커피껌을 선물로 줍니다. 그들도 굉장히 흥미로워 해요."
그는 다른 동양권 국가들이 '차' 문화를 즐기는 것과 달리 강한 커피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이 같은 커피 문화는 네스프레소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후발 주자에도 자신감은 '서비스' 로스 가타 사장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이미 커피문화가 익숙한 유럽의 소비자만큼이나 커피취향이 까다롭다고 말한다.
"네스프레소는 그런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적격인 시스템입니다. 세계 1%의 최상급 원두가 들어있는 캡슐과 커피를 최고의 맛으로 추출하는 커피머신, 또 클럽 서비스를 통해 네스프레소의 콘셉트인 '최고의 커피 경험'을 하도록 합니다."
네스프레소의 캡슐커피는 가공 후 가장 신선한 상태로 캡슐에 진공 포장해 추출 전까지 외부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원두의 신선함은 물론 900가지 이상의 아로마와 고유의 맛을 최소 12개월 이상 유지할 수 있다.
네스프레소가 자부하는 건 커피 맛뿐 아니다. 커피 문화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클럽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럽 서비스 중 하나인 높은 수준의 A/S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에게 적격이다. 2년간 무상 A/S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계 이상 시 직원이 집까지 찾아와 기계를 수거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때 수거한 기계 대신 다른 기계를 무료로 대여하기도 한다. 이 서비스는 특히 일주일 내내 24시간 운영된다.
이런 자신감 때문일까? 일리, 라바짜를 비롯해 스타벅스가 내놓은 캡슐커피 머신 큐리그 등 후발주자들의 잇단 등장에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미 한국 진출 4년째를 맞는 네스프레소는 '마켓 개척자'이기보다 '마켓 리더'로서 보다 수준 높고 개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네스프레소의 커피 맛과 서비스가 다른 업체들과 현격하게 차별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네스프레소는 최근 신제품 '픽시'를 론칭했다. '픽시'는 보다 작은 사이즈로 머신 예열시간과 커피 추출시간을 더욱 단축했다. 올해는 픽시 런칭과 한정판 커피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네스프레소의 인기 모델이 시티즈였어요. 회사 내에는 픽시가 이길 것이냐 시티즈가 인기를 얻을 것이냐를 두고 내기까지 하고 있죠. 픽시도 만만치 않은 모델임이 분명하거든요."
<프로필> 65년 이탈리아 생/ 70년 호주 이주/ 호주 빅토리아대 경영학과/ 98년 호주 네슬레 아이스크림사업부 매니저/ 2005년 네슬레워터스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지역 이사/ 2009 4월 한국네스프레소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