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노조 전임자 수를 법정한도 내로 제한하는 근로시간면제 제도인 ‘타임오프’가 시행 10개월째를 맞고 있다.
13년간이나 적용을 미루다 노사정 합의로 지난해 7월 가까스로 시행에 들어간 타임오프는 일부 사업장에서 노사간 갈등양상이 여전하기는 하나 단체협약이 만료된 주요 사업장의 상당수가 도입할 만큼 이미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자동차업계에선 춘투(春鬪)의 화두로까지 부각되면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13년간 뜸들이다 작년 7월 ‘결실’
타임오프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1997년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노동활동과 운영을 위해 (노조)전임자의 급여는 노조 스스로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그동안 국내에선 사용자가 이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관행이 계속돼 온 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하지만 도입 즉시 노동계 반발 등에 부딪혀 전임자의 급여지급금지 제도는 시행이 유예됐고, 이후 본격 시행에 앞서 10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노사자율로 전임자 축소를 유도하는 방침이 내려졌다.
그러나 유예기간 동안 전임자 수는 오히려 증가해 ‘전임자의 급여지급 금지 제도’의 빠른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고 결국 2010년 1월1일, 노조법 개정과 함께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제도’가 전면 시행됐다.
이후 이 제도는 노사정 합의를 거쳐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가 전면 금지됐지만 근로자가 근무시간 중에 노조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소정의 활동을 하는 경우, 일정한 한도 내에서 유급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면제제도’로 거듭났다. 이것이 지난해 7월1일 탄생한 현재의 ‘타임오프’다.
◆근로시간면제자 vs 노조전임자
시행 10개월째를 맞는 타임오프에 있어 반드시 이해할 개념은 노조전임자와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부분이다.
노조 전임자는 ‘노동조합업무에만 종사하는 자’로, 현행법(노조법 81조)상 노조활동에 자주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사용자(사측)의 급여지급은 금지돼 있다. 따라서 노조 전임자의 인원수는 노사간 합의로 자유롭게 결정되지만 이들에 대한 급여는 노조가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반면 근로시간면제자는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 내에서 근로시간 면제대상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자’로 이들은 사용자들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근로시간면제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했을 때 유급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우선 사용자와의 협의나 교섭업무 수행 시에는 유상급여의 혜택이 주어진다. 노조법에서 인정한 단체교섭 관련 활동은 근로시간면제자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사용자와 실제로 교섭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예컨대 본교섭이나 실무교섭, 보충교섭 및 교섭안 마련, 교섭결과 설명회 등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또 고충처리업무에도 근로시간면제자의 유급이 인정된다. 이밖에 근로자 대표로 사업주의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관련된 산업안전 활동이나 사내 근로복지기금법 관련 활동,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관리업무에 투입됐을 때도 근로시간면제자는 급여지급의 수혜를 받는다.
◆노조 전임자 대우, 외국선 어떻게?
근로면제자에 대한 규정과 대우는 해외 역시 국내 ‘타임오프’의 골격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일본만 해도 전임자 급여는 철저히 단위노조 조합비에서 처리한다. 전임자 신분도 휴직자로 규정, 종업원으로 소속은 유지하되 급여는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 1991년 5월 동경지방법원은 전임자의 급여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영국도 산별노조본부 또는 지부에 소속돼 독립적 활동을 하는 전임자는 노조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사업장 내 근로자 신분을 가지고 조합원을 대표하는 직장위원에게는 근로시간을 면제해 활동을 보호해준다. 예를 들어 단체교섭 사항과 관련해 사용자와 교섭하는 경우, 혹은 사용자가 인정하는 범위에서 사용자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그렇다.
미국 역시 산별노조본부 또는 지부에 소속돼 독립적 활동을 하는 전임자는 노조에서 급여를 지급한다. 다만 사업장 내 근로자 신분을 갖고 조합원을 대표하는 직장위원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지원 내지, 원조에 해당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 그러나 개별사업장에 직장위원이 근로시간 중 노사관계 및 인사관리와 관련된 사업장의 노조활동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관련된 시간에 대해 판례가 언급하는 범위 내에서 근태를 인정한다.
이밖에 독일에서도 산별노조본부 또는 지부에 소속돼 독립적 활동을 하는 전임자는 노조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한국의 노사협의회에 해당하는 ‘근로자평의회’의 근로자 대표는 근로시간이 면제된다.
◆반발 잠재우고 뿌리 내릴까?
타임오프가 국내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속속 시행되면서 노사갈등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올해 춘투의 물꼬를 노동법 재개정으로 틀겠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전임자 활동 축소로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13년을 미루다 노사정 합의로 시행에 갓 들어간 타임오프에 대해 노동계는 "날치기로 밀어붙인 노동법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근로조건과 노동권을 악화시키는 악법이므로 이를 개정하기 위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정부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어렵게 도입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제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노동계의 불법투쟁 움직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무 전문가들은 타임오프가 노사갈등을 줄이고 원만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타임오프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법 재개정 요구가 대국민 정서에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가 관건이다. 노동계 일각의 타임오프 폐기 주장이 '노조 이기주의'나 '밥그릇 지키기'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다.
타임오프를 수용한 곳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00인 이상 사업장 2362개 가운데 86.1%인 2034개다. 타임오프 한도 무효소송도 최근 고법에서 패소했다.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지만, 요즘 노동계의 움직임을 보면 아직은 '뜨거운 감자'다. 내년 총선 등을 앞둔 상황에서 타임오프가 '정치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할지, 선진 노사화합의 신기원을 이루는 나침반으로 작용할지 주목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