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가 ELW(주식워런트증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로 증권가가 발칵 뒤집힌 셈이다. 그리고 그 불똥이 ELW시장에 대한 비판내지 회의론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몇몇 스캘퍼와 증권사 직원들이 검찰에 구속된 게 발단이다. 검찰조사 결과 증권사와 스캘퍼 간에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통해 스캘퍼들이 ELW 매매로 상당한 이득을 취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던 모종의 거래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ELW가 새삼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된 것이다. ELW는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큰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종종 문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제 제기에 그치지않고 ELW시장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라지고 있다.…
◆스캘퍼와 ELW, 그리고 개인투자자
ELW는 주식과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을 사전에 정해진 미래 시점과 가격에 사거나(call) 팔(put) 수 있는 권리를 나타내는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이다. 국내에선 지난 2005년부터 ELW시장이 열렸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위험도 큰 법. 그동안 ELW는 개인투자자들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많은 이들이 섣불리 ELW에 도전했다 큰 손실을 보곤 했다. 반면 스캘퍼들에게 ELW시장은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이번에 구속된 스캘퍼들은 모두 증권사 출신으로 국내에 ELW가 첫 도입될 때부터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억원을 수차례에 걸쳐 매매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 스캘퍼는 수수료 수익을 올려주는 특급 고객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스캘퍼들에게 ELW 거래를 위한 전용회선을 제공했고, 거래수수료도 감면해줬다. 증권사 출신으로 ELW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스캘퍼들은 증권사가 제공하는 혜택까지 등에 업고 ELW 거래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들은 매달 억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스캘퍼들이 활개를 치자 ELW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스캘퍼들이 주도하는 ELW시장에서 개인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ELW 문제, 해결방안은
스캘퍼 사태가 터지자 ELW시장과 상품 자체에 대한 여러 문제와 해결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 ELW 전용계좌를 통해 거래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 ; LP)의 독점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LP가 독점적 매도자 역할을 하다 보니 ELW가 고평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LP호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LP의 경쟁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와 해결책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ELW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ELW도 전용계좌를 이용하거나 선물옵션 거래처럼 증거금을 내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계좌에 일정 수준의 증거금을 넣고 투자하라는 것은 소액으로는 거래하지 말라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스캘퍼들은 하루에 수십억원을 굴리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증거금이 두려워 거래를 못할 일은 없다"며 "반대로 ELW시장에 LP와 스캘퍼만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최대 거래대금이나 거래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LP가 호가를 제시할 때 마진을 많이 붙인다는 점에서 독점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LP가 30개에 달하기 때문에 독점이 아니라 이미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LP가 많기 때문에 호가 비교도 가능하고, 따라서 무턱대고 마진을 많이 붙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이번 스캘퍼 사태를 계기로 마치 ELW 상품과 시장이 근본적으로 문제만 있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는데, 이런 시각이 자칫 금융시장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LW투자를 위한 다섯가지 기본 원칙
ELW에 대한 논란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기본 원칙을 지키는 올바른 투자습관이다. 이에 대해 김나이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 마케팅팀장은 ELW 투자 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을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기초자산에 대해 정확히 알고 투자에 임하라. ELW의 기초자산은 코스피100에 속한 종목들이다. 이 중 투자자가 자신있게 알고 있는 기초자산을 선택해 투자하라는 것이 김 팀장의 조언이다.
그는 "기초자산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막연한 정보에 의지해 ELW 투자를 해선 안 된다"며 "기초자산에 대해 올바로 전망할 수 있어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둘째,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주의하라. 레버리지가 높다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기초자산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이므로 그만큼 위험도 크다. 김 팀장은 "만기가 적어도 두세달 정도 남아있는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며 "무턱대고 거래량이 많거나 레버리지가 높은 것만 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셋째, 목표수익률과 손절매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아라. 본인의 예측이 틀렸는데도 불구하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돈을 더 투자하면서 물타기를 해선 안 된다. 당초 생각했던 것과 다를 때는 물타기를 하는 대신 바로 손절매를 하라는 게 김 팀장의 당부다.
넷째, ELW차트에 집착하지 말라. 김 팀장은 "굳이 ELW차트를 볼 필요는 없다. 기초자산에 연동되는 것이므로 종목 자체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섯째, 초단타 매매가 정답은 아니다. 행여나 스캘퍼들이 초단타 매매로 수익을 낸다는 사실에 현혹돼선 안 된다.
김 팀장은 "일부 투자자들은 무조건 짧게 일중 매매를 해야 하냐고 물어보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스캘퍼는 워낙 기초자산에 대한 지식과 분석력이 뛰어나고 LP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기 때문에 단타매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은 단기매매에 치중하기보다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수익을 내는 지름길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