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아래 조건에 공통된 기업은 어디인가.

1. 국내 수출 2위 기업
2. 울산광역시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시설을 보유한 기업

산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다. 수출 1위 기업은 삼성전자이니 울산을 베이스로 한 수출 2위 기업이면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답은 SK이노베이션이다.

2010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최근 5년간 누적수출액 100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매출 43조8675억원 중 수출액은 25조8633억원으로 수출비중이 60%에 근접했다. 올해 초 이노베이션, 에너지, 석유화학이 계열분리되기 전 성적이다. 윤활유 분야인 SK루브리컨츠는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을 필두로 한 SK의 석유화학사업은 울산CLX(컴플렉스)에 집약돼 있다. 826만㎡(약 250만평)에 8개 부두를 비롯한 정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봉제 등 크고 작은 유관시설을 한꺼번에 집적시킨 곳이다. ‘현대(現代)의 도시’로 알려진 울산이지만 현대차 울산공장(520만㎡)과 현대중공업(5940㎡)의 면적을 합쳐도 SK 울산CLX에 미치지 못한다.

산유국도 아닌 나라에서 자국 수출 2위 규모로 석유화학제품을 판매하는 SK의 비결은 뭘까?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을 이끌고 있는 울산CLX의 현장을 찾아가봤다.

◆1만평 당 생산근로자 1.4명

현대차 울산공장의 정직원은 2만8000명,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합하면 3만5000명에 이른다. 울산시에 분포한 1~3차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약 10만명이 현대차 관련 종사자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정직원은 2만5000명. 협력업체 직원도 2만명 가까이 된다.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수를 포함하면 울산 인구 110만명 중 절반 이상이 현대계열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울산CLX에서는 좀처럼 사람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점심시간 공장 식당에 가야 푸른 복장의 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다른 공장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장 식당에서 먹는 점심은 거의 ‘프리패스’나 다름없다. 점심 피크타임이지만 3분의1이 빈자리다. 공장이 넓은 탓에 도시락으로 근로현장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근로자도 많거니와 근로자 수가 원체 적다.

울산CLX의 4개 계열사 근로자 수는 모두 합쳐봐야 2900명가량이 전부다.

생산활동을 하는 근로자만 기준으로 보자면 숫자는 더욱 빈약(?)하다. 기술이나 설비, 스텝 등 생산지원활동을 하는 부서 근로자를 제외하면 생산근로자는 1400명 정도다. 이들 역시 4조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현장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근로자는 300명이 조금 넘는다. 1만평 당 현재 일하고 있는 생산근로자 수를 계산하면 겨우 1.4명에 불과하다.

고용효과가 미미한 점은 통큰 기부로 만회했다. SK는 10년간 1020억원을 들여 울산대공원을 조성해 울산시에 기부채납했다. IMF경제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100억원의 투자를 끊지 않았다. 울산대공원의 부지면적은 약 369만㎡(110만평)으로 울산시민 1명당 3.3㎡(1평) 꼴이다.

◆한산한 공장, 잘도 돌아가네

먹는 것 빼고 다 만들 수 있다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의 원재료는 폴리머다. 마치 쌀 알갱이처럼 생긴 작은 입자지만 가공에 따라 자동차·전자·통신 소재를 비롯한 다양한 생활용품의 재료로 쓰인다. 산업의 쌀은 철강이라지만 모양이나 활용 면에서 결코 철강에 뒤쳐지지 않는다.

울산CLX SK종합화학의 폴리머공장 역시 근로자 찾기가 쉽지 않다. 전체 공정이 무인화다. 생산에서 포장까지 전부 기계가 알아서 한다. 공장 입구에 근로자 몇 명이 하역작업을 하고 있을 뿐 공장 내부에서는 근로자를 찾기 어렵다. 어렵사리 마주친 근로자 한 명도 포장 과정에서 튕겨진 폴리머 알갱이를 빗자루로 쓸고 있을 뿐이었다.

운반과정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바닥에 깔린 레일을 통해 적재장소에 알아서 제품을 운반한다. 안전 요소도 갖췄다. 물건이나 사람과 접촉할 경우 알아서 움직임을 멈춘다.

통제실로 들어가자 근로자 세명이 전체 시스템을 원격조정하고 있었다. 통신장비를 통해 흘러나오는 현장 목소리에 간간히 제어 시스템을 조작할 뿐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동시에 12척의 유조선을 접안시킬 수 있는 8개 부두에서도 근로자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장을 찾은 곳은 제7부두. 인도네시아로 출항 예정인 7만DWT(deadweight-선박의 적재가능한 무게를 재는 단위)급 CSC 프로그레스호가 다음날 출항을 앞두고 가솔린 주입에 한창이지만 근로자는 두 세 명이 왕래할 뿐이다.

공장에서 가공한 석유제품을 해상 위의 운반선에 선적하는 파이프라인 장치인 로딩암 덕택이다. 국내에서 로딩암 3기를 동시에 연결해 사용하는 곳은 울산CLX 제8부두가 유일하다. 로딩암 3기를 동시에 사용하면 2기 사용 때 보다 100배럴을 선적할 때 걸리는 시간을 14시간 단축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8개 부두에서는 시간당 4만배럴, 하루 96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선적할 수 있다. 하루 수출물량은 30만 배럴 정도다. 국내 석유소비량(200만 배럴)의 15%가 SK 울산CLX 부두를 통해 수출되고 있는 셈이다.